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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판 '옥자'…HSI, 식용견 149마리 구출기

    (사진=EBS 제공)

     

    '뜬 장', 공중에 떠 있는 철창을 일컫는 말이다. 수백 평에 달하는 대형 농장에 설치된 수많은 뜬 장 안에서 개들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죽기 위해 사는 개, 바로 식용견들이다.

    초복, 중복, 말복. 우리나라에는 1년에 3번 복날이 있다. 옛 어른들은 복날에 더위를 잊고 원기를 충전할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여겨 왔다. 그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보신탕'이다. 옛 속담에 '복날에 개 잡듯'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날에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관습이다. 때문에 개 도축장은 복날이 가까워질수록 분주해진다.

    뜬 장 아래에는 개털과 함께 온갖 오물이 섞여 있었다. 밥그릇에는 음식물쓰레기가 쌓여 숨 쉬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풍겼다. 비좁은 뜬 장 안에 뒤엉켜 있는 식용견들의 상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했다. 뜬 장에서 태어난 식용견들은 평생을 뜬 장에서 살아간다.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죽기' 위해 사는 것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식용견은 한 해 1백만 마리씩 도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2740마리의 개가 도살 되고 있는 셈이다. 다가오는 말복에 개 도축장은 또다시 분주해질 것이다.

    지난 18일 충남 예산의 한 식용견 농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개들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과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 코치는 149마리 식용견 구조작업을 벌인 것이다. 오는 28일(금) 10시 45분 방송되는 EBS 1TV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그 구출기가 공개된다.

    HSI는 농장주의 자발적 사업 폐쇄 동의를 바탕으로 구조를 진행하는데, 농장주의 전업까지 지원한다. 이번 농장의 경우, 농장주는 작물농사로의 전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부터 약 2주에 걸쳐 구조된 149마리의 개들은 한국을 떠나 미국 HSI의 파트너 보호소로 이동해 입양 가족을 찾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견종이 없는 큰 개의 입양이 어렵기 때문이다.

    HSI의 한국 내 식용견사 폐쇄·구조 활동은 이번이 아홉 번째다. 먼저 구조돼 미국으로 떠난 개들은 일반 가정을 만나 '식용견'이 아닌 '반려견'의 삶을 살고 있다. 여느 반려견처럼 들판을 달리고 주인 앞에서 애교를 부린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반려견이었던 것처럼 그들은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인다.

    온갖 오물과 악취 가득한 식용견 농장에서조차 개들은 사람이 다가오면 힘차게 꼬리를 흔들어댄다. 다가서면 손이라도 핥아볼까 코와 입을 들이댄다. 어딜 가도 환영 일색이다. 식용견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식용견사로 유입된 개들의 출처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식용견 농장에 있는 개 중 상당수는 목줄이나 미용 등 반려견이었던 흔적을 가지고 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강아지 공장 출신 품종견, 투견, 유기견도 다수 발견된다.

    여전히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 짓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 훈련사는 "실제로 농장에 와서 그들이 세상이 무너지게 꼬리를 치며 반기는 모습을 본다면,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농장과 어울리는 개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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