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통증을 이유로 재판을 피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삼성합병 지시' 혐의로 기소된 전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혐의와 직‧간접적으로 맞물린 사건들인 까닭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유‧무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27일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만들어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징역 2년, 신동철·정관주·김상률 등 전직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정신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노태강 국장 사직강요' 혐의를 지시한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을 강요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지시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직업공무원 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부당한 지시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삼성합병을 찬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의 범행 배경으로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정부가 개입한 사실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 같은 결정은 다음달 말쯤 선고가 내려질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삼성합병 지시 선고가 이 부회장의 재판을 거쳐 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변호사는 "블랙리스트 선고는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유죄로 나올 가능성이 90%'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사실상 '형량'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선고가 박 전 대통령에게는 '예고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과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직접 지시하고, 이 부회장과 뒷거래를 했다는 연결고리를 입증해야 할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