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최애라 역을 맡은 배우 김지원 (사진=킹콩 바이 스타쉽 제공)
2010년 음료수 '오란씨' CF에 나와 '오란씨걸'로 얼굴을 알린 김지원은 이후 드라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아름다운 그대에게'와 영화 '로맨틱 헤븐', '탈출', '무서운 이야기'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배우 김지원을 떠올리게 할 만한 작품들은 아니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상속자들'의 유라헬 역이었다. 한국 의류업계에 한 획을 그은 RS 인터네셔널의 상속자이자 미모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김탄의 약혼녀이기도 한 유라헬. 뱅 앞머리, 차가운 표정, 또렷한 딕션으로 더 돋보였던 가시 돋친 말투로 김지원은 유라헬을 완성시켰다.
지난해에 대박을 터뜨린 '태양의 후예'에서는 검정고시 고졸 부사관과 사랑에 빠지는 육사 출신 군의장교 윤명주 역을 맡아 가볍지 않은 멜로 연기도 잘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차곡차곡 모으면서, 김지원은 연기에 더 욕심이 생겼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타힐 빌딩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김지원은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컷 인터뷰 ① 김지원 "애라-주만이가 진짜 남사친-여사친이지 않을까요?")◇ 애라는 동만이의 어디가 좋아서 사귀게 된 걸까'쌈, 마이웨이'의 최애라는 비록 살림은 넉넉지 않아도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꿈은 접지 않는 씩씩한 청년이다. 맛도 모르고 멋도 모르는 20년 지기 고동만(박서준 분)과 친구에서 연인으로 거듭난다는 서사도 '쌈, 마이웨이'의 큰 줄기다. 애교를 부리면 헤드락을 걸어버리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이 오가던 사이가 어쩌다 틈만 나면 뽀뽀를 퍼붓는 닭살스러운 연인이 되었을까.
"그 둘은 특별하긴 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쌓여온 시간들이 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보면 '못생긴 애를 더 챙겨줘야 된다'는 둥 투닥거리지만 (동만이는) 옆에서 봐도 되게 멋있는 남자이지 않나. 무슨 일 있을 때 항상 달려와 주고 챙겨주고 싸움(격투기)도 잘하고. 그런 종합적인 모습에서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동만-애라는 예전 같지 않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애정을 자각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 중에서 어색한 듯 설레는 듯한 키스씬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지원은 키스씬을 비롯해 박서준과 함께 한 애정씬은 박서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김지원은 극중 20년 지기 소꿉친구 고동만 역을 맡은 박서준과 연인 연기를 펼쳤다. (사진='쌈, 마이웨이' 캡처)
그는 "(키스씬 촬영 때는)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즐겁게 참여했고 박서준 씨가 워낙 멜로를 잘하시다 보니까 저는 따라가기만 해도 좋은 씬이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김지원은 '태양의 후예' 종영 인터뷰 당시 이상형을 '서대영 상사 같은 남자'라고 말했다. 묵묵하게 나를 사랑해주고 바라봐주는 남자. 이번에 '쌈, 마이웨이'를 찍으면서는 '고동만 같은 남자'로 바뀌었을까?
이에 김지원은 "이상형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이상형이라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작품하면서는 (상대역이었던) 남자 캐릭터를 얘기했었다. 고동만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도 '아, 저런 남자는 되게 멋있구나'라고 생각하긴 했다"고 말했다.
실제 연애상대로 박서준은 어떻느냐는 질문에 김지원은 "동만이로 분한 서준오빠밖에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좋으시겠죠?"라며 웃었다. 이어, "커피, 아이스크림 쏘고 같이 밥 먹으면 고기 자르고… 자잘하게 많이 챙겨주셨다. 섬세하고 배려 있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카메오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만큼 극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떠난 박무빈 역의 최우식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지원은 "대본상에는 그렇게 달달한 느낌이 덜했다. 그런데 최우식 씨가 하셔서 주변 분들이 '무빈이야? 동만이야?' 그런 얘기를 진짜 많이 하셨다"며 "너무 재밌었다. 아이디어도, 고민도 많으셨다. 무빈이가 있어서 애라가 빛났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 다른 배우들에게 존경심을 느낄 만큼 만만찮았던 '주연'의 무게
배우 김지원 (사진=킹콩 바이 스타쉽 제공)
김지원은 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꾸준히 맡아왔지만,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쌈, 마이웨이'가 처음이었다. 여전히 '황금시간대'로 여겨지는 평일 밤 미니시리즈의 주연을 턱 맡게 된 것.
김지원은 "주연이라는 단어가 사실 굉장히 어색하더라.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큰 경험이고, 저한테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일이어서 너무 감사한 일이다. 잘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주연이라는 위치 때문에 더 책임감을 느꼈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존경한다"면서 곧바로 다른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한 씬 한 씬을 책임지는 건 당연히 연기자의 몫이지만, (주연이 되면) 씬이 굉장히 많아지지 않나. (주연하신) 다른 분들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방송된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를 보고 임상춘 작가를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김지원은 "대본이 워낙 재밌었고, 함께 하시는 분들도 같이 하면 너무 좋겠다고 (평소에) 생각한 분들이라" '쌈, 마이웨이'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캐스팅 단계에서 배우들이 받는 건 많아야 4부 정도밖에 안 되기에, 더욱 더 '책(대본)이 재미있느냐 없느냐'를 고려했다.
CF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시트콤, 드라마, 영화를 두루 거치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 온 김지원. 처음에는 '혼자만의 의지'로만 시작하지 않았지만, 연기를 하면서 아쉽고 부족한 점을 발견하면서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걸 보완해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단다. "욕심은 계속 생기는 것 같다"고.
◇ 차기작은 영화 '조선명탐정3'
3~4개월 동안 최애라로 살았던 김지원은 '쌈, 마이웨이' 포상휴가로 제주도를 다녀온 후 잠시 숨 돌릴 틈을 갖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하루에 몇 시간씩 틈틈이 자연인이 되는 스케줄"이다. 쉴 때에는 옷 편하게 입고 집에서 차 홀짝홀짝 마시면서 TV 보는 게 취미다.
차기작은 영화 '조선명탐정3'다. 김지원은 "8월 중에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8월 중순쯤에 크랭크인을 해 쌀쌀해질 때쯤 마칠 예정이다. 그는 "첫 사극이다. 액션도 조금 해야 되고, 대본도 충분히 보면서 준비해야 되고 할 게 많더라"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캐릭터 복이 많았던 것 같다고 하자 "대본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게 참 행운"이라며 "주시는 책(대본)들 중에 그런 캐릭터가 있었다는 게… 받은 캐릭터들이 진취적이고 개성적이었고, 저와도 합이 맞아서 작품을 해 온 것 같다"고 답했다.
"생각해 보니 웬만한 장르를 거의 다 했던 것 같다. 악역, 학생, 군인 등등… 못한 게 몇 개 있지만 아직은 (나이 때문에) 작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사극은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마침 '조선명탐정'을 하게 됐다. 일단 사극과 액션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 (기자 : 싸이코패스 같은 연기도 해 볼 생각이 있나) 네. 저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