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무일 검찰총장이 28일 경찰청을 전격 방문했다. 경찰 수사를 지휘할 권한을 가진 검찰 총수가 경찰청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이철성 청장 등 경찰지휘부와 만났다. 장관급인 검찰총장이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만나기 위해 경찰청을 찾은 전례가 없는 것은 물론, 최근 검경이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문 총장은 이십 분 가까운 만남을 끝내고 "저희는 국민을 위해 협업하는 관계기 때문에 오늘 협업하는 문제를 가지고 서로 상견례하고 논의를 잠깐 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총장은 자신의 취임식에서도 경찰을 '범죄로부터 국가공동체를 방어하는 동반자'라 칭한 바 있습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늘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고, 처음 만난 자리여서 '서로 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화기애애하게 환담했다"고 전했다.
문 총장은 헤어지면서까지 "이렇게 합리적인 분이 있어 경찰이 다행"이라고 이 청장을 추어올리기도 했다. 이 청장은 바쁜 와중에 경찰청을 찾은 데 감사하다며 취임 축하 인사로 화답했다.
다만 짧은 만남 시간에서도 알 수 있듯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찰총장의 방문 자체만으로 의미는 충분히 확보했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 경찰청 방문을 통해 검찰이 업무와 관련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인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을 지휘하는 기관으로서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이 경찰에까지 입김이 통하는 무소불위의 조직이 아니라, 경찰과 '협조'하는 관계라는 인상을 최대한 주는 것이 현행 제도를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문 총장은 방문부터 발언까지 모두 이런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따라서 검경이 '실제로' 어떤 관계인지는 이날 문 총장의 이례적인 경찰청 방문과 화기애애한 상견례와 상관 없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