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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교사 성추행' 피해 왜 컸나…교육당국 안일한 대처 '도마'

사회 일반

    여주 '교사 성추행' 피해 왜 컸나…교육당국 안일한 대처 '도마'

    학교는 교사 성추행 사실 1년전 알고도 은폐한 의혹

    (사진=자료사진)

     

    경기 여주 '교사 성추행' 사건 가해 교사 2명이 여학생 7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파문이 확산 되는 가운데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피해 여고생 중 1명은 지난해 1학년 담임교사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지만 학교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교사 2명이 수년간 여학생 72명 성추행, 학교는 정말 몰랐나?

    경찰이 교사들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 인지한 시점은 지난달 초. 여주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관내 A 고교 여학생 3명을 통해 "교사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접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합동으로 1~3학년 전교생 455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전체 여학생 210명의 3분의1에 해당하는 72명이 교사 김모(52)씨와 한모(42)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이 학교로 부임한 뒤 같은 해 4월부터 여학생 31명, 한씨는 2015년 3월부터 최근까지 3학년 담임교사를 맡으면서 여학생 55명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학생 중 14명은 두 교사 모두에게서 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성추행이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학교 측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제기된다. 현재 2학년인 피해 여학생 중 1명은 전수조사에서 "1학년이었던 지난해 한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1학년 담임교사에게 털어놓았지만 학교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현행법상 교사는 학생의 성 관련 피해 사실을 인지할 경우 학교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학교장은 즉시 경찰에 고발해야 한다.

    하지만 피해 학생이 1년 전에 담임교사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학교 측의 대응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청 불시점검 등 학생들의 성 관련 범죄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해당 교사가 사전에 동료 교사들의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학교에 보고하지 않았거나 학교가 보고를 받고도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다.

    ◇불가피한 '신체접촉'과 '성추행' 모호함 피해 키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행했던 성추행 수위가 '애매모호'했다는 점도 장기간 지속적인 추행이 이뤄진 한 배경으로 꼽힌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와 한씨는 손으로 가볍게 신체 일부를 쓰다듬거나 브래지어 끈을 순간적으로 잡아당기는 등 '장난'인지 '추행'인지 구별하기 모호한 정도로 추행을 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피해 학생들은 두 교사의 행위를 적극적인 성추행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의 경우 올해 3월 이 학교의 성폭력 예방·상담을 총괄하는 안전생활부장을 맡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김씨와 한씨 외에도 이 학교 교사 5명이 여학생들에게 "말 안들으면 뽀뽀해 버린다"는 등 성희롱성 발언과 욕설을 했다는 추가 피해 진술도 나온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김씨와 한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28일 두 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북 부안에서도 여주 '교사 성추행'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이달 초 전북 부안 부안여고에서는 여학생 40여명을 수년 간 성추행한 혐의로 이 학교 50대 체육 교사가 구속됐다.

    이 교사는 수업 중 여학생들에게 신체를 접촉해 성추행하거나 교무실로 따로 불러내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는 수법으로 성추행을 자행해 오다 경찰이 1~3학년 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범행이 들통났다.

    두 학교 현장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의 공통점은 교육 과정에서 불가피한 신체접촉과 성범죄 사이의 경계선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도가 심했으면 아이들이 바로 느꼈을 텐데 애매한 상황이다 보니까 신고 여부를 고민해 오다 누군가 용기를 내 신고를 하니 다른 피해자들도 신고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피해 사실을 정확히 규명해서 이분들이 죄에 대한 충분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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