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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거부 8일째… MBC 'PD수첩' PD들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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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거부 8일째… MBC 'PD수첩' PD들의 낮과 밤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PD들(11명 중 10명)이 지난 21일 오후 6시부터 제작을 멈췄다. 오는 8월 1일 방송 예정이었던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라는 노동 아이템을 반려하고, 그동안 꾸준히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며 프로그램에 개입해 왔던 경영진을 향한 '저항'이었다.

    제작진은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현재 실형을 살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리로 해 과로사로 죽는 노동자, 이언주 의원의 급식 노동자 비하발언, 최저임금 문제를 다루려 했다.

    하지만 간부들은 '편향성'을 의심했다.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등은 MBC본부 소속 조합원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위원장을 방송에서 다루는 것은 '편향적'이라고 단정하며 제작을 불허했다. 사측은 MBC 시사제작국과 본사 명의로 입장을 내어 제작중단에 나선 PD들을 공공연히 비난했다.

    자사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자해' 행위에 'PD수첩' 팀장이었던 장형원 부장마저 직을 스스로 내려놨지만, MBC는 곧장 인사를 내어 빈자리를 메꿨다. 제작자율성 보장과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간부들의 퇴진이라는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벌써 8일째를 맞은 'PD수첩' 제작중단 사태, '방송을 제대로 만들고 싶어' 피켓을 든 PD들의 하루를 돌아보았다.

    ◇ 낮 :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 고소

    28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PD수첩' 이영백·조윤미 PD는 김장겸 사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문화방송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PD수첩' 이영백·조윤미 PD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문화방송과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을 고소했다. 이 PD와 조 PD는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 제작진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PD는 "편향된 방송을 하려느냐, 'PD수첩'이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방송사 간부라는 사람이 저런 표현을 쓸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PD는 "20~30년 방송하면서 크고 작은 실수들은 물론 있었지만 기획 단계에서부터 편향이나 목적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왜 그들이 그런 표현을 썼나 생각해 봤다. 이명박 정권 이후로 MBC뉴스, 보도, 방송이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 특히 박근혜 정권 시절 안광한·김장겸 사장이 방송을 어떤 식으로 사유화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편향되게 왜곡했는지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시사제작국은 '시사매거진 2580', 'PD수첩' 등 예민한 프로그램이 있는 곳이다. 2015년 시사제작국장이었던 정연국 씨는 2017년 5월 9일까지 청와대를 지켰던 박근혜의 입이었다. 가장 예민한 시사 프로그램을 다루는 부서장,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이 바로 청와대로 갔다. 과연 누가 정치적으로 편향이고 청부방송을 한 것인가"라며 "저희는 추호도 누군가를 위한 청부방송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 밤 : 시민들과 함께 한 불금파티

    28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돌마고 불금파티 2탄'에 8일째 제작중단 중인 'PD수첩' PD들이 나왔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시절의 MBC와 KBS의 귀환을 바라는 연대모임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이하 돌마고)는 매주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아 파티를 연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첫 파티가 열렸고, 28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이 파티 장소가 됐다.

    시민·시청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온전하게 제 기능 하는'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이날 파티 역시 'PD수첩' 제작중단 기자회견으로 포문을 열었다. 강효임·김현기·서정문·소형준·이영백·전준영·조윤미·조진영·최원준·황순규 등 PD들이 모두 나와 한 마디씩 발언했다.

    조진영 PD는 "PD라서 사실 제작을 놓기가 굉장히 두려웠다. 그런데 제작을 놓고 피켓을 들었을 때 의외로 굉장히 자유롭더라. 제 양심에 맡긴 행동을 오랜만에 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아 이 느낌이구나!' 했다. 이 느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희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이번에 꼭 세상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윤미 PD는 "어쩔 때는 시청률을 이유로, 여러 가지 다른 이유들로 아이템이 반려되는 것들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겪어오면서, 어느 순간 '아, 이 아이템은 어차피 안 해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아무 계획도 없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제작중단을 했다. 이렇게 계속 자존심이 무너져가면서 일할 순 없다. 제작하면서 정말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2008년 이후 제작거부 2번, 불방사태 1번을 겪었고 그 일로 징계도 2번 받았다는 이력을 소개한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제작거부는 외롭다. 차라리 파업은 낫다. 모두가 함께 일을 도우니까. 하지만 제작거부는 모두가 일을 하는 와중에 우리만, 나만 일을 놓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싸우고 있는 동료들, 김민식 PD, 그리고 'PD수첩' PD 10명, 이들을 결코 외롭게 놔두지 않겠다.제작거부가 얼마나 외로운지 알기에, 이제 최후의 전쟁에 나서겠다"며 "저희의 작은 기사, 작은 프로그램 하나가 세상을 조금씩 나아지는 방향으로 바꾸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오후 6시 30분 시작된 불금파티는 2시간 조금 넘게 진행됐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1달 자택 대기발령을 받은 김민식 PD가 김장겸 사장에 대한 마음을 담아 개사한 지누션의 '말해줘' 무대는 단연 압도적인 호응을 받았다.

    부당한 간섭에 맞서 제작중단을 결정한 'PD수첩' 제작진을 응원하는 움직임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내에서는 '경제매거진'을 만드는 시사제작1부, '시사매거진 2580'을 만드는 시사제작2부, '생방송 오늘 아침'과 '생방송 오늘 저녁'을 만드는 시사제작4부 구성원들까지 조창호 국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며 뜻을 같이 했다. 밖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성명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28일 열린 '돌마고 불금파티'에 모인 시민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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