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2분기에 시장의 기대를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하반기 전체에 대한 실적 자신감을 보여 배경이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0조 5천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천2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2% 감소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3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2분기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2분기 정제마진은 1분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업황 자체는 견조했지만 시차효과에 의한 수익성 악화가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는 석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97.2% 감소한 125억원을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분기 실적에는 주요 설비들의 정기보수에 따른 기회손실 비용도 일부 반영됐다.
SK에너지 울산CLX의 원유 정제설비와 고도화 설비 일부 정기보수가 2분기 중에 있었다. 석유사업 영업이익에 직결되는 두 설비의 정기보수 외에, SK종합화학의 PX 설비 1기도 정기보수가 진행됐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화학 부문 전반에 걸친 정기보수로 인해 발생한 기회 손실 비용을 약 5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 우호적인 시장환경 속 완연한 3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를 저점으로 3~4분기 실적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3분기 말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46달러 내외만 유지한다면 시차효과에 따라 수익성은 오히려 증가하고 재고평가 부분에서도 추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3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 넷째주(21~28일)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전 주보다 1.55달러 오른 49.72달러를 기록했다. 또 미국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가격은 전 주보다 배럴당 3.94달러 오른 49.71달러를, 영국 브렌트유(Brent) 가격은 전주보다 4.46달러 오른 52.52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3분기가 계절적 최대 비수기임을 고려하더라도, 하반기에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3분기 현재까지의 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직전분기 평균 (배럴당 6.1달러) 대비 0.9달러나 높다.
최근의 정제마진 상승세는 견조한 수요 속에서 제한적인 공급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수요의 증가에서 시작된다. 신흥국 중심의 산업활동 증가에 따라 경유를 중심으로 한 발전용 제품 수요가 늘고 있으며,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확대에 따라 선박용 연료유 (벙커링)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량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산재해있다. 중국 정부의 국영 석유회사 석유제품 수출량을 인위적인 조정에 따라 역내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글로벌 설비 가동률이 이미 최고점에 달해있고, 2019년까지 계획된 원유 정제설비의 증설은 예상하는 수요 증가분에 훨씬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속에서 석유제품 정제마진은 점차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 동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업계는 하반기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