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찾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내 부영아파트 주차장에서 인부들이 새는 빗물을 막기 위한 누수방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호우경보가 발효돼 많은 비가 내린 3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내 부영아파트(18개동‧1천316세대) 주차장.
3개 블록 1천629면 주차공간을 보유한 이 아파트의 주차장 곳곳은 빗물이 새 누수현상이 심각했다. 무더운 날씨까지 더해 꿉꿉한 공기가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누수가 심한 곳들은 주차를 못 하도록 안전띠가 설치돼 있는가 하면, 주차장에 시멘트와 접착제 등 누수방지용 자재들이 널브러져 마치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동탄2 부영아파트 주차장 내 누수방지 작업이 끝난 곳에 접착제 등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지난 3월 이 아파트가 준공돼 주민들이 입주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주차장 이곳저곳은 내외장 바닥타일, 팔레트, 페인트, 단열마감재 등 각종 자재와 폐기물들이 무단 적치돼 있는 상태다.
천막으로 주차면을 통째로 가려 놓은 곳도 보였다. 천막을 들춰내자 떨어지는 빗물이 끊이지 않아 작은 물웅덩이 마냥 바닥에 고여 있었다.
인근 주차장에서는 인부들이 사다리에 올라 벽면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막기 위해 접착제를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작업자는 이번 주에만 누수가 되는 40여 곳에 접착제를 발랐다고 귀띔했다.
주차를 하던 주민 김모(48)씨는 한 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누수에 따라)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주차장이 엄청 습해진다. 미끄러져 넘어질 정도로,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같은 누수지역에만 3번 째 작업을 하는 걸로 안다. 했다가 또 철수하고 또 하고..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에서 통제가 안 되는 것 같다. (누수방지 작업이) 언제쯤 되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한다. 관리소 직원들도 계속 바뀐다"며 "부영측에서 하자 보수 계획을 밝히지 않아 주민들도 답답해 하고 아파트가 엉망"이라고 토로했다.
동탄2 부영아파트 주차장 내 누수가 특히 심한 곳에 주차를 못하도록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이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고르지 못한 보도블럭, 전도된 옹벽 난간, 침하한 조경석 등에 따라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으며, 아파트 내부에 대한 하자도 지적되고 있다.
주민 안모(36‧여)씨는 "(보도블럭 등이) 새 아파트인데도 걸어 다니다 보면 울퉁불퉁하고, 집 안에도 마감처리가 잘 안 돼 있다. 걸레받이를 놓는 곳도 마감이 안 돼 떨어져 나가 있었다"며 "자질구레 한 문제가 많더라. 베란다 빨래걸이도 위치가 맞지 않아 문이 안 닫혔다. 모르는 기사님이 집에 들어와 고친다며 돌아다녔는데 기분이 안 좋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속출하는 주민 민원을 접수한 경기도와 화성시는 부영아파트의 시공사인 ㈜부영주택의 부실시공을 강력 질타하며 영업정지 등 모든 제재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채인석 화성시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땜질식 하자처리를 반복해 온 ㈜부영주택과 관련, '공동부택 부실시공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남 지사는 "통상 1천 세대 이상 건립하는 아파트의 평균 공사 기간은 32개월에 달하지만, 부영아파트는 24개월에 불과해 부실시공을 자초했다"며 "㈜부영주택 및 감리자 영업정지, 부실벌점 등 제재안을 검토하고 부영아파트 하자의 조치사항을 추적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아파트에 파견된 ㈜부영주택 현장소장 등 관계자들은 "할 말이 없다"며 거듭된 취재요청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