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영철 기자)
공정거리위원회의 봐주기 조사 논란의 대상인 유한킴벌리가 대리점에게 판매목표에 미달하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약정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리점주들이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강제로 대리점 포기각서를 쓰게 했다"는 주장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지난해 2월 "판매 목표를 강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이후 민원이 이어지자 공정위는 최근 기존의 결론을 재점검하고 유한킴벌리에 대해 재조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2015년 계약갱신가이드라인 관련 약정서를 보면 유한킴벌리 본사는 대리점을 평가해 재계약 거부도 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
계약갱신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평가결과 총 300점 기준에서 200점 미만에 해당하는 대리점은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해당 대리점과 2016년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가는 회사가 정해진 판매폭표를 얼마나 지키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 전 2014년 말 유한킴벌리는 대리점주들을 호텔에 모아놓고 이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리점주들은 "기존에는 판매목표에 미달하면 강제로 포기각서를 쓰게 했는데 2015년부터는 이를 명문화해서 대리점을 옥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CBS노컷뉴스가 보도한 박모 씨는 2012년부터 3년간 세번의 포기각서를 썼고, 앞서 대리점을 그만둔 대리점주들은 판매목표 미달에 따라 포기각서를 썼다.
한 대리점주는 "판매목표에 미달하면 포기각서를 쓰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었고 모두 다 그렇게 했다"면서 "을인 대리점 입장에서는 그걸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과 유한킴벌리가 대리점과 맺은 약정서 등을 보면 판매목표가 강제됐다는 점을 분명히 알수 있지만 공정위는 이를 모두 무시했다.
공정위가 지난 2월 통보한 처분 결과서에는 "피조사인이 판매장려금 제도를 운영했으나 이는 대리점의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부당하게 판매폭표를 강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있다.
이런 판단의 이유는 "판매목표 미달성 대리점에 대해 계약해지, 계약갱신 거절, 위약금 부과 등의 제재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이는 전적으로 유한킴벌리 본사 입장을 반영한 내용이다.
유한킴벌리는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후 2015년 6월 모 방송사에서 보도를 하자 부랴부랴 강제 판매목표를 없애고 이를 판매장려금제로 전환했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목표치의 90%를 넘기면 10% 내외 장려금을 받는 제도다.
유한킴벌리 측은 가이드라인에 대해 "목표를 달성하자는 취지의 약속인데 표현방식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강제 해약) 조항이 실제로 실현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판매목표 없애고 장려금 제도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서도 "판매목표라는 용어자체에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것을 회사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그렇다고 판매목표가 강제됐다고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피해자들의 재신고를 접수하고 유한킴벌리에 대한 다각도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판매목표 할당과 대리점 포기각서 강제 뿐아니라 인터넷 대리점과 가격차별을 했다는 의혹 등도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제외한 대리점 '갑질'에 대한 첫 타킷은 유한킴벌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