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진=자료사진)
공관병이나 휘하 장교·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육군 고위 장교들의 '갑질' 논란이 잇따라 제기돼 군의 사기와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1일 제2작전사령관인 박 모 육군 대장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대로 소위 '갑질'을 일삼았다는 군인권센터의 폭로와 관련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에서 국방부로 민원을 제기했고, 의혹 대상자가 대장급 장교란 점을 고려해 감사관실을 통해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전날 박모 육군 대장 가족이 관사에서 근무하는 공관병과 조리병 등을 2016년 3월부터 올해 초까지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사령관의 부인이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공관병을 불러 지시했다는 것으로 안방 블라인드 치기와 거실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소파와 바닥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치우기 등의 허드렛 일까지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장의 부인은 명절에 선물로 받은 과일 중 썩은 것들을 공관병에게 집어 던지거나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베란다에 40분간 가둬놨다는 등의 증언도 공개돼 공분을 샀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운전병과 공관병에게 폭언과 불합리한 지시로 '갑질' 논란을 일으킨 육군 제39사단장인 문모 소장이 보직해임됐다. 군은 문 소장에 대한 징계 절차도 진행 중이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문 소장은 2015년 사단장 보임 후 공관 관리병에게 술상을 차려올 것을 지시하고, 술상을 준비하던 공관병의 목덜미 및 뺨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신의 대학원 입학시험 준비 과제의 자료조사를 공관병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군은 조사 결과 민원제기 내용 중 일부 사실이 확인됐다며 문 소장을 보직해임했다.
앞서 6월에는 육군 모 포병연대장이 부하 장교들에게 인격모독과 폭언, 인사권 남용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령은 부대에 온 신입 장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격 모독을 가하는가 하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장교에게 신체적 비하를 하고 그의 부인이 마음에 안든다고 지적한 PX(국방마트)담당 사병을 보직해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공관병들을 사병화 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칙이 마련돼 있지만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다"며 "공관시설을 관리하거나 지휘통제실과의 연락을 유지하고 식사준비 등을 하는 것 외에 집사나 머슴을 부리듯 텃밭을 가꾸게 하거나 가축을 키우게 하는 것, 집안일을 시키는 것 등은 모두 규정에 위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에 따라 "군에서도 급여나 처우 등이 집중돼 있는 장군들에게 공관병을 두도록 하는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며 "미국처럼 공관병 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공관병에 대한 갑질 논란과 관련해 "공관병 운용 필요성 등 제도 전반을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앞으로 장병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함으로써 본인도 가고 싶고 부모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병영문화 창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