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1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이 처음으로 모두 참여한 국무회의를 통해 한 가지 당부를 했다.
“소관 업무는 정교한 준비와 소통으로 차질이 없게 하고, 소관 업무가 아니어도 각종 현안에 대해 숙지해 달라”는 것이다.
“책임총리로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이 총리가 장관들을 상대로 중요 현안을 숙지할 것을 강조하며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안보·외교 상황이 대단히 급박하고 국내적으로는 오랜 세월동안 현안으로 눌려 쌓여 있던 문제들을 고쳐나가는 정책들이 차근차근 나오고 있다”며, “소관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정도의 정보와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사드 배치 문제라든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때로는 정확하지 않은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며,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는 무엇이 진실인가, 정부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잘 숙지해서 소관 업무가 아니더라도 국민들께 설명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특히 국무회의에 처음 참여한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는 "첫날부터 무거운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 EBS TV의 외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최근 숨진 독립 PD의 사망사건을 거론했다.
이 총리는 "독립 PD들의 참담한 죽음을 계기로 해서 방송계 내부의 불공정 거래가 다시 고발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잘 협의해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시정방안을 마련해서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리가 소관 업무이든 소관 업무가 아니든 문재인 정부의 주요 현안에 대해 숙지할 것을 장관들에게 당부한 것은 이 총리 말대로 국민들에게 현안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기위해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국무회의 토론을 통해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관철시키고 부각시키겠다는 뜻이 읽혀진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정부부처의 이견을 조정하고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국무위원 전원이 각종 현안을 정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총리가 이런 당부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관들이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해서 내용을 잘 모른다면 애당초 생산성 있는 토론이 어려운 만큼, ‘군기’를 잡으며 각오를 단단히 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총리는 지난 5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 첫 출근을 하면서부터 “민생 문제는 제가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책임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하겠다”며 책임총리로서의 역할 수행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이 총리는 취임 이후 가뭄·조류인플루엔자 현장 등 민생현장을 누볐고, 중소기업 방문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집중적인 행보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 취임 2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책임총리로서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허수아비 총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야권의 비판은 차지하고서라도, ‘당초 기대와 달리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비판론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비판론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을 구성하는데 있어 이 총리의 역할이 아무래도 제한적인 것으로 비쳐졌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인사문제만이 아니라 사드 성주 배치논란, 신고리 원전 5·6호기 문제, 초대기업·초소득자에 대한 증세문제 등 주요 갈등 현안은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지금도 여전히 청와대가 가장 강력한 국정의 점검·조정 기관이지만 청와대 혼자서 다 할 수도 없고, 다 해서도 안 되는 시대“라는 인식을 표명한 적이 있다.
이 총리가 “청와대 혼자서 다 해서는 안 되는 시대”에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국무회의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시키느냐가 책임총리·실세총리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