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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親中정부 수립론'에도 정치권은 마냥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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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親中정부 수립론'에도 정치권은 마냥 '침묵'

    • 2017-08-02 05:00

    與 "레짐 체인지 실현 가능성 낮아"…野 "미중 사이 껴 코리아 패싱"

    (사진=자료사진)

     

    미국 조야(朝野)에서 한반도 통일 포기까지 상정한 북한의 레짐 체인지(인위적 정권교체)가 제기되며 우리 국익의 치명적 손상이 우려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답답한 침묵만 지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더불어민주당은 무슨 이유에선지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고, 야권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권에선 위기 국면을 호기로 삼을 조짐마저 보이면서 안보 이슈에 대한 초당적 대응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외교부는 1일 미측의 기류 변화에 대해 한미 공조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소위 미중 간 빅딜 가능성이라든지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 것으로 언론에서 봤다”면서도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엄중성과 시급성에 대한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각 급에서 북한·북핵 문제에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또 “그 문제(레짐 체인지)에 대해 미국 정부에서 지난번 틸러슨 국무장관도 그렇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권교체나 정권붕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는 얘기다.

    외교부의 입장은 미중 간 대북 정책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원론적 수준의 언급으로 풀이된다.

    실제 외신이 전한 미측의 기류 변화에선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외교계의 거물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에게 “북한 정권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해 미‧중이 사전에 합의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에서 “(북한) 정권 교체는 침략이나 즉각적인 남북통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김정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 본토를 겨냥하게 된 상황과 관련, “(북한과의)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반응을 종합하면 북한의 ICBM 사거리 확장 등 북핵 위협이 점증한 것에 대응해 새로운 대북 옵션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에 친중정부 수립 ▲주한미군철수 ▲남한 주도의 통일 포기 등이 핵심 골자다.

    그러나 여권은 전쟁 없이 북한 정권을 ‘핵 위협을 가하지 않는 군부 엘리트’ 세력에게 이양하는 계획의 현실성이 아직까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레짐 체인지에 대해 “(미국에서) 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이 없다”며 “어디 연구소에서 있는 사람들이거나 전임 행정부 인사들이 얘기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키신저가 현 정부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신력이 낮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우 의원은 “북한의 ICBM 때문에 초조해진 건 알겠지만. 국제 관계라는 게 주관적 의도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레짐 체인지라는 게 권력 내분 혹은 민중의 민심이반, 두 조건이 성립해야 하는데 어렵다. 러시아도 원하지 않는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여당의 반응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데다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낮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 회의에서도 레짐 체인지와 관련된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보수 야권은 ICBM 위협 증가 한반도 분단 고착화 등의 위기 국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사드 문제와 관련된 우리 정부의 위상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낀 ‘너트 크래커(호두 까는 도구)’”라고 묘사했다. 대북 대화의 주도권을 강조하다 강대국의 패권 사이에 끼었다는 시각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 외교가의 키신저 등 유력 인사들이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도 논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런 논의 테이블에도 대한민국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미국의 레짐 체인지 의도 대신 우리 정부의 실정에 의한 ‘코리아 패싱’만을 문제 삼은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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