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사진=쇼박스 제공)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아내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가 한국을 방문한다. 남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이 계기가 됐다.
'택시운전사'는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5.18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광주에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광주의 참혹한
진실을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목격자 시선으로 전개된다.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맡아 연기했다.
'택시운전사' 제작 과정에서 장훈 감독은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에도 그는 자신을 무사히 김포공항까지 가게 도와 준 김사복 택시운전사를 애타게 찾고 있었고, 실제 이름을 영화에 써도 좋다는 말을 전했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허구를 섞기 때문에 극중 인물 이름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는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듣고 광주로 향했다. 기자의 신분을 숨긴 채 삼엄한 통제를 뚫고, 광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그의 필름은 '기로에 선 대한민국'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독일은 물론 전세계에 방송되었다.
이는 국내의 삼엄한 언론통제 속에 알려지지 못했던 광주의 모습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후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리게 된 그는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는 1997년 출간된 '5.18 특파원 리포트'를 통해 "나는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 할 수 없었다. 내 필름에 기록된 것은 모두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라며 취재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고인은 생전에 가족들에게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는 뜻을 수차례 밝혔고 2016년 5월,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 등 유품이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치됐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는 "남편은 항상 옳은 것을 추구한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광주를 사랑했던 남편을 광주 시민들이 잊지 않고 그의 뜻을 이뤄줬다. 남편이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광주에 고마워할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의 이번 한국 방문은 '택시운전사' 제작 소식에 기뻐했던 남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는 오는 8일 입국해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는 등 한국에서의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