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앱을 이용한 사용자 80여명이 최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무더기 입건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자가용 운전자가 목적지가 같거나 방향이 같은 동승자를 태우고 운임을 제공받는 새로운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 카풀 앱이 최근 인기다. 업계에 따르면 누적 이용자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이 출퇴근 목적과 달리 영업용으로 활용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풀 앱 업계는 그러나 새로운 시장 트렌드인 공유경제의 흐름이 거센데도 국내 법제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 사용하는 협력 소비경제로 기존 대량생산체제의 소유 개념과 대비되는 공유경제 플랫폼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카풀 앱은 운전자를 드라이버, 출퇴근자(동승자)는 라이더로 구분하고, 이 둘을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구성된다. 평소 빈 차로 출퇴근 하던 드라이버는 카풀 앱을 활용해 동승자를 구하고 일정액의 요금을 받는다.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에 승용차 출퇴근이 가능하다. 카풀 앱 업체는 카드결제로 이루어지는 중개 수수료 20% 안팎을 가져간다.
◇ 카풀 앱 운전자 무더기 입건…혁신 서비스와 현행법의 충돌대표적인 예가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다. 국내에도 진출했다가 기존 운수사업법의 규제를 받는 택시업계 등이 크게 반발하자 2015년 법 개정 이후 사업용 차량을 제외한 유상 운송을 금지하면서 국내에서 사실상 물러났다. 다만 운수사업법 제81조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유상 운송용으로 제공 또는 임대하거나 이를 알선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국민 편의를 위해 엄격한 면허·허가제를 운영중인 택시·버스 여객운송 사업자들의 시장 질서를 보호하면서도 제한적 공유경제를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카풀 앱 업체 관계자는 "법적으로 출퇴근 시간 운임 거래가 가능한 카풀 서비스는 교통혼잡을 줄이고 이용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상생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고 있어 이용자들이 꾸준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운수사업법에는 출퇴근 시간이나 목적지, 횟수 등의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카풀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출근시간 오전 5시~11시, 퇴근시간 오후 5시~익일 오전 2시까지(주말·공휴일 제외)를 이용 가능 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나 지자체도 국민 편의상 교통혼잡 시간대로 보고 별다른 제재를 두고 있지 않다.
전면적인 유상 운송 서비스인 우버와 달리 카풀 앱은 교통수요가 몰리는 출퇴근시간대에만 집중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엄격한 운수사업법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업종도 일종의 자유업이어서 별도의 허가나 신고가 필요 없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카풀 유상운송을 허용한 법 취지를 무시한채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우버 퇴출 이후 사업용차량이 아니어도 카풀 앱의 중개를 통해 출·퇴근 시간 유상 운송이 가능해지면서 운수업계의 따가운 눈총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카풀 앱 사용자의 탈법운전이 문제가 되면서 카파라치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노원경찰서는 분당의 L 카풀 앱 업체를 압수수색해 이 업체 서비스를 이용한 카풀 운전자 중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가 큰 80여명을 무더기 입건했다.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신고포상금을 노린 카파라치 신고자가 카풀 운전자의 출퇴근 목적지가 다르거나 하루 두 차례 이상 동승자를 태웠다는 정황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판매중개업자인 L 카풀 업체는 내부 데이터를 압수당하는데 그쳤지만, 법을 위반한 운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3월에도 한 카풀 업체를 이용한 한 운전자가 비슷한 내용으로 신고돼 수 백 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카풀 앱 업계는 운수사업법에 규정된 출퇴근 항목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규제가 과도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의 취지는 명확하다"며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그 목적지와 통상적인 운행시간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적발된 운전자들은 출퇴근지가 불분명한 여러 곳을 운행하며 운임을 받아 사업용차량이 아님에도 유상 운송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1일 3번 이상 운행에 제동을 건 것도 일반적으로 출근 한 번과 퇴근 한 번씩 모두 두 차례 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 이상은 명확한 해명이 없다면 카풀제도 취지를 넘어선 불법 유상 운송행위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이 L 카풀 앱 업체에서 압수한 서버 등을 통해 통상적인 출퇴근 운행경로와 횟수에서 크게 벗어난 운전자들이 적발됐다.
◇ 버젓이 위법 카풀 운행…가입자 확보 경쟁에 카풀 앱 사업자는 '모른척'문제는 시장규모가 작은 이른바 출퇴근 틈새시장을 노린 카풀 앱 업체들이 치열한 가입자 모집경쟁을 벌이면서 위법 가능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이다.
카풀 앱 사업자는 플랫폼 운영자로 전자상거래법 상 통신판매중개인에 해당한다. 업체 스스로도 단순 중개만 할 뿐 통신판매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출퇴근시간 카풀 차량을 제공하는 운전자와 이를 이용하는 동승자는 각각 통신판매업자와 소비자에 해당하지만 운전자는 사업자 등록이나 통신판매업 등록, 유상운송 면허가 필요 없고 신고의무도 없어 전자상거래법에 규정하는 통신판매업자 지위도 아니라는 맹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면 단순 중개업자는 우선 처벌에서 벗어나고 행위 당사자인 운전자가 혼자 뒤집어 써야 한다. 이때문에 운수사업법의 카풀 취지와 달리 영업용처럼 운행하는 운전자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뒤에서 눈을 감고 모른척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순 중개인이라 하더라도 위법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를 방관하거나 동조할 경우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법제도가 따라오지 못해 카풀 앱 업체에 대한 규제가 어렵고, IT 융합기술 기반의 4차산업혁명이 새로운 국가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신기술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직접 제재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법제연구팀 관계자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등 신기술 분야에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업체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유경제 플랫폼은 개인간 거래에 집중되어 있어 소비자와 사업자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개입이 어느정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법적 책임에서 한 발 빠져나오려는 행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공유경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중고나라'의 경우 개인간 거래이므로 통신판매에 해당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중개인 지위도 아니지만, 카풀 앱의 경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통신판매중개인에 해당한다"면서도 "현행법상 위법성이 있을 경우 소비자와 직접 거래한 통신판매업자가 1차 처벌 대상으로, 플랫폼 사업자인 통신판매중개인에 대해서는 위법성에 대한 사전고지와 설명을 충실히 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풀 앱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통신판매중개인'이라고 명확히 밝히면 개인간 거래 과정에서 위법성이 발생해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사실상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법 유상운송으로 플랫폼 내 운전자들이 처벌을 받아도 방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카풀 앱 이용 운전자는 "출퇴근 시간에 기름값 번다고 호기심에 한 두차례 이용해봤는데 1시간여 거리에 1~2만원이 별도 수입으로 떨어지다보니 퇴근 이후 심야에 뛰어볼까 욕심이 나더라"며 "알아보니 불법 '콜뛰기' 기사들도 카풀 앱을 이용하는데 별다른 규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율적인 차량공유 개념인 카풀은 별다른 규제가 없기 때문에 운전자에 대한 검증도 느슨하다. 카풀 앱 업체들은 운전자로 등록할 경우, 운전면허증과 차량등록증, 개인 프로필까지 받지만 사업용차량에 적용되는 강력범죄기록이나 교통사범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고 있다.
노원경찰서 무더기 입건 보도 전인 지난 13일과 14일 서울시는 국내 1·2위 카풀 앱 업체와 면담을 가졌다. 택시업계의 시장교란 우려 전달과 민원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위법성에 대한 주의환기를 위해 자율 통제에 대한 협조 당부가 목적이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카풀 앱 업체들과 만나본 결과 여객운수법을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법에 구체적인 명시가 안되어 있어 가능하지 않냐는 시각과 서울시나 국토부는 법의 입법 취지에서 바라보는 시각 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카풀 앱 업체에 자율 규제를 통해 관련 법규를 준수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위법 상황이 발견되면 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카풀 앱 출퇴근 틈새시장 과열경쟁…불법에 내몰린 이용자는 '나몰라라'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교통연구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택시업계 시장규모는 연 8조원으로 이중 출퇴근 시간 관련 시장은 5조원 규모다. 주로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에 집중된 카풀 앱 업계는 전체시장의 20%(약 1조5천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카풀 앱 누적 가입자수는 약 150만 명으로, 1·2위 업체가 각각 55만 명과 45만 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좁은 틈새시장에서 경쟁하다보니 가입자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위법성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 공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단순 중개만 할 뿐 실제 거래와 운행은 사용자들이 자율적으로 한다며 책임 문제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다.
카풀 앱 업체들은 사법당국이 한차례 단속에 나선 이후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며 의도적인 질문 후 녹음/녹화 등의 방식으로 불법 유상운송 행위를 적발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로인한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 지난 4월 한 차례 공지문을 올렸지만 적극적인 공지나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부에서 발행하는 쿠폰이나 인센티브 이벤트 오용에 대한 제재, 주말 전 익일 운행시간 연장, 각종 서비스 홍보에 적극적인 것과는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카풀 앱 업체들이 운전자와 탑승자의 운행 경로와 매칭, 결제 상황을 실시간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유상운송 우려가 높은 운전자들을 적극 제재하거나 경고 할 수 있는데도 사용자 이탈이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사실상 묵인해오다 운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쉬쉬하고 있을 뿐 불법에 노출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풀 앱 업체 관계자는 "관계 기관이나 운송업계의 우려는 충분히 알고 있고, 카풀 운전자들에게도 불법 유상운송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지만 서비스 특성상 사용자간 거래에 일일이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서비스 이용자들이 늘고 이용시간과 운송 가능한 차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도적인 정비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서울시는 "국민과 시민 편의를 위해 택시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사업자에게는 엄격한 요금 규제와 운행 규제, 안전 규제를 하고 있는데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카풀 앱 사업자에게만 규제를 더 완화하거나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면서 "그런 주장이라면 양쪽 모두 규제를 풀어주거나 규제 안에 두어야 하는데 과연 어떤 것이 카풀 취지에 맞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