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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북한

    유례없는 제재에도 北 경제 멀쩡…왜?

    "제재 돌파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 구축"

    (사진=자료사진)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최대 압박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외부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마련돼 큰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화성 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계속 감행함에 따라 한미양국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을 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 3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문재인 정부도 독자적인 추가 대북제재방안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양국의 제재는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외부 제재가 북한에 일시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외부 제재에 버틸 수 있는 북한 내부 시스템이 마련돼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동용승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제재는 외부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북한의 대외 의존도는 현재 5% 미만이어서 제재를 해도 의미가 없고 제재 내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 소장은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에 북한 경제가 붕괴된 뒤 10년 동안은 한미일의 지원으로, 그 다음 10년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버티면서 북한은 내부에 이른바 자력갱생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자력갱생 기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유통망과 공급망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장마당의 존재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한미연구소가 최근 확인한 북한의 장마당이 436개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장마당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은 하루 평균 100만~180만 명으로 추정됐다.

    북한의 배급 체계에서 벗어난 인민들이 일찍부터 생필품을 사고팔며 생존을 도모한 곳이 바로 장마당이다. 북한 당국이 일반 인민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장마당이 있는 한 체제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사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압록강 대교. (사진=자료사진)

     

    장마당의 물품은 두 가지 경로로 공급된다. 북한 내부 생산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중교역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용화 연구위원은 "북중교역은 공식교역보다 밀무역이 10배 이상 많다"며 "대북제재로 공식 무역에서 깎인다고 해도 밀무역에서 이를 커버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차원에서 교역을 통제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오기는 하지만 중국의 지방정부는 어떻게 이를 다 막느냐며 그냥 두고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북한당국이 기업의 자율권을 크게 확대한 것도 북한 내부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2014년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한 뒤 상품 생산에서 이윤의 30%는 북한 당국에 내고 70%는 자율 처분하는 구조가 농업 공업 경공업 등 북한 전역에 정착된 상황"이라며 "이 조치로 북한 내부의 생산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연구위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은 외부의 제재와 압박을 오히려 내부 자력갱생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했다"며 "북한 내부 자력갱생 시스템, 즉 내구성의 핵심은 장마당과 내부 생산을 통해 확대되는 국가 재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전체적인 북한 내수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이를 통해 재정을 늘린 뒤 핵미사일에 재투자를 해 군사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본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없어도 외부 제재를 돌파할 수 있는 내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북한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북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3.9%이다.

    정보기관 자료를 이용하는 만큼 통계에 보수적인 한국은행 조사에서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7년 만에 가장 높은 3.9%로 나타났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이다.

    북한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추가 제재를 해도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동용승 소장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가하면 일시적 타격은 있겠지만, 그동안의 대응방식을 통해 볼 때 북한은 제재를 우회할 새로운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봤다.

    임을출 연구위원도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결정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북한은 내부 시스템과 비축 원유로 최소 수개월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강화한다고 해서 북한 인민들의 민심 이반을 유발하기보다는 체제 결속의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혈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어머니가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이라는 등 승계 정통성을 뒤흔드는 대북 심리전이 아니라면 여타의 제재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동용승 소장은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을 개발한 상황인 만큼 지금 단계에서는 비핵화보다는 핵의 확산을 막는 관리 작업이 훨씬 중요하다"며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조치는 북한의 핵확산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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