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당 의원들 중 상당수는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가 3일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지도부와 당권 도전을 선언한 정동영·천정배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원들에게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한 의견을 전수조사한 결과 응답한 의원 14명 중 의견을 밝히지 않은 4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원이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두 명은 출마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시기상 본인이나 당에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이번 8.27 전당대회 출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상당수 의원들은 "대선 패배 후 숙고와 자숙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호남지역 한 초선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본인이 역량을 키우고 숙고하는 기간도 필요한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며 "내년에 지방선거에서 헌법 개정을 할 때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이 안철수 사당에서 체계적인 시스템 공당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지금 또 안 전 대표가 나온다면 국민의당은 '안철수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 전 대표가 당권 도전 대신 내년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를 이뤘다.
한 의원은 "휴지기와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당을 살리는 게 안 전 대표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방선거때 지역을 열심히 다니면서 백의종군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른바 친안(親安)계에서조차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측근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올 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안 전 대표 본인과 당에 도움이 될 지는 반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외 당협위원장 109명의 출마 촉구 요구가 있었지만 그건 전체 위원장들 중 반도 안 되는 숫자"라며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는 과반수도 안 되는 찬성만으로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압도적인 지지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당 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리더십 등의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은퇴 주장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실제
로 출마할 경우 극심한 반발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한 의원은 "안 전 대표는 나와도 낙선할 것"이라며 "당 대표 선거에 나와 자신의 위치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제보조작 검찰 수사는 무혐의로 끝났지만 안 전 대표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없는 건 결코 아니"라며 "이유미, 이준서 모두 안 전 대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점치는 이들 가운데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무너져가는 당을 살려달라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한 측근 인사는 "출마를 말리려는 입장이지만 지역위원장들이 강하게 푸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원들이야 3년 동안 임기가 보장되지만 지역위원장들은 당장 내년에 선거니까 안 전 대표에게 책임을 지라고 압박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안 전 대표 역시 국민의당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저녁 친안계 중심의 국민의당 초재선 의원 회동에서 안 전 대표가 당권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RELNEWS:right}
이 의원은 "안 전 대표 본인은 출마 쪽으로 의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참석자들도 그렇고 당내에서 출마 반대 의견이 상당수 있어서 회동에서 뚜렷하게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출마를 하든 하지 않든 논란이 계속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3일 당사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드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