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양윤경 기자가 지난달 18일 '오늘의 유머'에 올린 웹툰 '상암동 김사장'
MBC '뉴스데스크' 배현진 앵커에게 사소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MBC 기자의 고백이 나오면서, 이 에피소드를 비롯해 현재 MBC 상황을 담고 있는 웹툰 '상암동 김사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2일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MBC 양윤경·염규현·조의명 기자 인터뷰에 따르면 양윤경 기자는 배 앵커에게 '너무 물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잠그고 양치질을 하라'고 했다. 이에 배 앵커가 '양치하는데 물 쓰는 걸 선배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했고 몇 번의 언쟁이 오갔는데, 이것이 문제가 돼 인사 대상이 됐다.
양 기자는 당시 '경위서를 써야 한다', '인사가 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부연하며 "MBC 보도국 내부 분위기를 상징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제작부서인 미래방송연구소에 소속된 양 기자는 지난달 18일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상암동 김사장'이라는 웹툰으로 해당 에피소드를 짧게 언급한 바 있다. 베스트 글로 꼽힐 만큼 화제를 모았던 '상암동 김사장'은 양 기자의 인터뷰 이후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다.
'상암동 김사장'은 MBC를 '맛나면'이라는 라면을 만드는 공장으로, 현 김장겸 사장을 맛나면의 맛이 이상해질수록 도리어 승진하는 인물로 그려 현재 엄혹한 MBC 상황을 알기 쉽게 풀어낸 웹툰이다.
'상암동 김사장' 속 김사장은 사내정치에 관심이 많고 매우 특이한 입맛을 가졌다는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스테디셀러였던 '맛나면'은 갈수록 맛이 이상해져갔고, 이 급속한 변화는 김부장의 전무 승진과 함께 이뤄졌다.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망가지는 과정은 김부장이 "초를 치고 물을 더 타라고요. 알겠습니다"라고 통화하는 과정으로 그려졌다. 또, 권력 비판이 가능했던 과거 보도가 제 색깔을 잃는 모습은 얼큰하고 톡 쏘는 칼칼함이 인기 비결이었던 '맛나면'이 갈치비늘과 뱀털을 갈아 넣고 단무지 국물로 색을 내는 괴식으로 변했다는 것으로 비유됐다.
'맛나면'의 맛 변화에 항의하던 직원들이 회사에서 사라지고, 주차장, 공사장, 옆방 등으로 쫓겨나는 장면은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파업 이후 일어난 대량 해고·징계 사태를 연상케 한다.
양 기자는 자신의 사례도 웹툰에 넣었다. 배(ship)와 또 다른 배(pear)가 그려진 드레스를 입은 사람에게 한 직원이 "저기요, 물 틀어놓고 양치하고 거울 보고 화장 고치는 쫌 거시기…"하다고 말하자 수증기처럼 옆방으로 증발했다는 에피소드다.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배 앵커이고 옆방으로 쫓겨난 직원은 양 기자였다.
웹툰은 승승장구했던 김사장이 옆방으로 가고 유배 갔던 직원들이 복귀하는 꿈에서 깨는 기자의 모습으로 끝난다. 양 기자는 '오늘의 유머'에 웹툰을 올리면서 "저희 회사 이야기다. 감히 이해받고자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웹툰 '상암동 김사장'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