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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북한

    미사일 도발 후 미국에 다 걸고 있는 北

    핵무력 완성으로 美와 담판 의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사진=자료사진)

     

    북한은 지난달 4일 화성 14형 미사일 시험 발사로 무력 도발을 감행한 뒤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는 침묵하면서 거의 모든 대외 메시지를 미국에 맞추고 있다.

    현재 조성되는 큰 흐름은 기본적으로 남북이 아니라 북미구도인 만큼 '코리아 패싱'이라는 인식을 넘어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기로 선미후남(先美後南) 구도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일단 2일과 3일 북한 매체 등을 통해 나온 북한의 대외 메시지를 보면 모두 미국을 향해있다.

    북한은 2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불사론 등 미국 조야의 초강경 대북 발언을 의식한 듯 미국에 "머리를 식힐 것"을 주문하면서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아태평화위 대변인은 "이제 미국에는 주체의 핵강국,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서의 우리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대조선적대시정책에서 전환하여 본토를 포함한 미국전체의 안전을 보장받겠는가, 아니면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다가 전대미문의 핵 참화 속에 아메리카제국의 비참한 종말을 맞겠는가 하는 두 길 외에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3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미 본토가 생사존망의 칼도마 위에 오른 새로운 현실은 미 행정부가 대조선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분분초초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날 외무성 대변인 기자 문답에서도 "(미국이) 핵방망이를 계속 휘두르며 얼장난질을 해댄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핵전략 무력의 맛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를 정리하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핵 무력의 완성으로 자신의 전략적 지위가 변했으니, 이를 인정하고 정책전환을 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마치 미국에 모든 것을 다 걸고 있는 것 같은 북한의 모습은 정부가 제의한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침묵하는 등 남측을 향한 태도와는 크게 대조된다.

    과거 보수 정부에 비해 많은 분야에서 대화의 여지가 많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북한은 눈길을 돌리지 않는 셈이다.

    통일부가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민간단체의 방북신청을 승인한 건수가 3일 기준으로 76건이나 되는 등 매일 증가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하다못해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을 위해 매년 이뤄지던 현대아산의 방북도 "이번에는 어렵다"며 거절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26일 이희호 여사와 함께 북한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정일의 시신에 조문한 뒤 김정은 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부위원장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때 두 손으로 현정은 회장의 손을 잡으며 감사의 말을 전한 바 있다.

    한 북한전문가는 "현대그룹은 김정일 시대 때부터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 등을 하면서 선대를 잇는 깊은 교류가 있었고, 특히 현정은 회장이 북한의 수령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났는데도 방북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 전망과 관련해 상징하는 바가 크다"며, "당분간 남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미국만을 바라보는 것은 결국 핵과 ICBM을 연결하는 핵무력을 조속히 완성한 뒤, 핵보유국의 지위로 미국과 협상을 해서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뜻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고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도 높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명분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ICBM급 미사일을 계속 쏠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은 지금 게임 자체를 북미간의 게임으로 보고 거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인 만큼 남북관계는 보이기 어려운 구도이고, 정부가 이리 저리 움직여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공은 미국에 넘어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특히 "지금은 어느 때보다 북미협상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일각에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인식을 넘어 근본 당사자가 만나 문제의 중심 고리를 풀어야 나머지 고리도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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