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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탄 '무제한 노동' 특례업종 축소… 폐지까지 이어질까

경제 일반

    급물살 탄 '무제한 노동' 특례업종 축소… 폐지까지 이어질까

    26개→10개 업종 축소한다지만… 남은 업종 "장시간 노동 마찬가지" 호소

     

    특례업종 축소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근로기준법 독소조항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31일 노선버스운송여객사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등 근로기준법 59조의 26개 특례업종을 10개 이하로 축소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특례업종을 정한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르면 이들 업종은 노사서면합의만 이뤄지면 연장근무 시간(주 12시간)과 휴식시간(4시간 이상 노동 시 30분, 8시간 이상 노동 시 1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만약 노조가 세워지지 않거나 충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업장이라면 사실상 사용자가 노동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동력 자유이용권'을 부여하는 셈이다.

    이 특례업종은 1961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노동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며 도입된 뒤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채 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이 때문에 노동계를 중심으로 특례업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2011년 8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근로시간특례업종개선위원회를 세워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이 때 위원회는 최종합의안에는 도달하지 못해 법 개정에 실패햇지만, 대신 이듬해 특례업종 26개 업종 가운데 16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공익위원안을 발표해 이번 여야 합의의 기초가 됐다.

    이후 2015년 9.15 노사정합의에 같은 내용이 담겼을 뿐 한동안 노동 현안에서 밀려나있던 특례업종 논의는 최근 집배원들의 과로사 및 버스 운전기사들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참사들이 잇따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2013년 기준 사업체 수의 60.6%, 종사자 수의 42.8%로 총 400여만명에 달하는 특례업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울 지경이다.

    문제는 이번 여야 잠정합의가 법 개정으로 이어지더라도 합법의 탈을 쓴 무제한 노동에 신음하는 업종들이 계속 남는다는 점이다.

    우선 특례업종에 남겨진 ▲ 노선운송을 제외한 육상운송 ▲ 수상운송 ▲ 항공운송 ▲ 기타운송 관련 서비스업 ▲ 영상·오디오 기록제작 및 배급업 ▲ 방송업 ▲ 전기통신업 ▲ 보건업 ▲ 하수 폐수 및 분뇨처리업 ▲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10개 업종이 문젯거리다.

    이들은 노동 시간을 특정하기 어렵다거나(운송, 방송업 등) 고용 형태가 자영업 성격이 강하거나(운송업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해(보건,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특례업종에 일단 남겨졌다.

    하지만 이들이 특례업종으로 남는 한 시간외 근무수당이나 교대제 근무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육상운송업 가운데 택시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58조도 함께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시간 계산의 특례를 정한 근로기준법 58조에서는 사업장 밖에서 근무해 노동시간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사 합의로 정한 소정노동시간만큼만 일한 것으로 계산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GPS 기술 등의 발전으로 노동시간을 간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여전히 택시노동자들이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든 2~7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악법' 탓에 특례업종보다 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직군도 있다.

    근로기준법 63조에서 아예 노동시간이나 휴일에 관한 규정조차 적용하지 않도록 허락한 업종들로, 농림이나 양식·축산·양잠·수산업, 감시 단속직 노동자들은 휴일도 없이 하루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도 특례업종을 일부 축소하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례업종 완전 폐지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전체적으로 검토해보면 특례업종을 존치시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아 전면 폐지를 염두에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특례업종의 일부 존치는 피할 수 없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격히 노동시간을 제한하면 해당 노동자에게는 임금 감소가, 사용자에게는 인건비 부담 및 인력 확충의 어려움이 있어 오히려 해당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등은 선박, 비행기 조종사처럼 노동시간을 줄이기 매우 어려운 업종이나, 24시간 근무할 수밖에 없는 방송업 등은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아무리 공익적 목적 등으로 10개 업종을 남긴다지만, 노동시간을 사용자 마음대로 하도록 두는 것이 맞는가 의문이 든다"며 "이미 2011, 12년부터 논의돼 업계에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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