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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시인이라도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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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 일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도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펴낸 박준 시인

    - '시의 부활' 체감하지만 “시인으로서는 절대로 못 먹고 삽니다”
    - 문화예술인 평균 연봉이 214만원인 시대
    - "시는 사람의 마음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요?"
    - 시를 SNS로 공유하는 시대
    - 동 시대, 동 세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반가워
    -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 이어 산문집도 베스트셀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8월 4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준 시인

    ◇ 정관용> 요즘 '시의 부활', 이런 이야기가 들립니다. 수만 부씩 팔리는 시집이 여러 권 나오고요. 시 전문 서점도 생겼다고 그럽니다. 이게 아마 SNS 덕분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 초대석에 젊은 시인 한 분을 모셨어요. 5년 전의 첫 시집 제목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 시집이 한 8만 몇 천 권 이렇게 팔렸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산문집을 내셨어요. 산문집 제목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참 뭔가 제목만 봐도 그럴 듯하죠? 박준 시인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 박준> 반갑습니다. 시 쓰는 박준입니다.

    ◇ 정관용> 제가 시작하면서 시의 부활이라는 말이 요새 들린다고 했는데요. 그런 게 느껴지세요?

    ◆ 박준> 솔직히 조금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까 말씀하셨지만 SNS에, 과거의 시 독자 분들은 책상에서 시 읽으시고 좋으면 이렇게 귀퉁이 접어두시고 혹은 편지 쓸 때 이렇게 시 구절 인용해서 쓰시고. 이것이 사실 '시의 시대'라고 불린 80년대의 독자분들이 시를 읽는 독법이었다면, 최근에는 본인이 시를 읽고 좋으면 구절 단위로, SNS 특징이 짧은 구절을 공유하기 좋잖아요, 본인의 읽은 독서를 공유하면서 이렇게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SNS상에서 남이 보낸 그 글귀를 보고 마음에 들면 자기도 그 시집을 사고, 이런 식으로?

    ◆ 박준> 맞습니다. 그래서 독서 방법이 약간 개인적 독서였다면 요즘은 SNS를 통해서 약간 개방적 독서.

    ◇ 정관용> 사회적 독서.

    ◆ 박준>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젊은 층들이 많이 사나요, 시집을?

    ◆ 박준> 시집을 비롯해서 문학도서를 읽는 층이 주로 20~30대, 젊은 분들이 많이 책을 읽으세요.

    ◇ 정관용> 그래요.

    ◆ 박준> 고무적인 일입니다.

    ◇ 정관용> 반가운 일이네요. 특히 20~30대. 한참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그들이 시와 소설 같은 문학작품들을 가까이 하려고 한다..

    ◆ 박준> 순전히 저 개인적인 의견인데. 주로 1인 가구 비율이 높고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그분들이 대부분 그래서 혼자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독서가 참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잖아요.

    ◇ 정관용> 혼밥, 혼술하면서.

    ◆ 박준> 혼책을 합니다.

    ◇ 정관용> 혼책을 한다. 휴대폰 가지고 이것저것 검색하는 것보다 책 한 권 옆에 놓고 넘겨가면서 혼자 생각하고 생활하고.. 이런 거 참 보기 좋네요.

    ◆ 박준> 또 실제로 하면 정말 고즈넉하고 좋습니다.

    ◇ 정관용> 박준 시인도 그렇게 많이 합니까?

    ◆ 박준> 저도 시집 한 권 두고 술 한 병 두고.

    ◇ 정관용> 혼자서.

    ◆ 박준> 안주 삼아서 시를 읽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 정관용> 5년 전에 낸 첫 번째 시집 제목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진짜 시적이네요, 제목이. 이게 말은 안 되죠. 사실은.

    ◆ 박준> 비문입니다, 문법적으로. 그런데 이 제목이 붙은 게 저희가 요즘에야 의약분업하면서 병원에서 처방전 받지만 과거에는 약국에 가서.

    ◇ 정관용> 조제했죠.

    ◆ 박준> 감기약 며칠치 지어주세요, 3일치 지어주세요.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래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가 사실 당신이라고 불리는 이 상대가 나한테는 약 같은 존재다 그래서 며칠 지어 먹는다,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요.

    또 우리가 밥을 짓는다고 얘기하는데. 밥 지어서 며칠 먹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약 같은 존재이자 밥 같은 존재다. 굉장히 소중한 존재다, 이런 말을 하려고 비문을 무릅쓰고 이런 시집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 정관용> 누군가가 그리워서, 그렇죠?

    ◆ 박준> 맞습니다.

    ◇ 정관용> 그 누군가가 누구예요? 박준 시인의.

    ◆ 박준> 그 누군가가 사실 굉장히 많은데요. 시집에 당신 혹은 미인, 이렇게 그 누군가로 호명하는데. 하루는 이렇게 세어봤어요. 그래서 한 8명쯤 되더라고요, 어떤 대상이.

    ◇ 정관용> 딱 떠오르는 대상이.

    ◆ 박준> 네. 제가 이 시를 쓸 때 이 누군가를 추적해 보니까. 그게 사실.

    ◇ 정관용> 남성이었어요, 여성이었어요.

    ◆ 박준>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고 아동문학가, 돌아가신 아동문학가 선생님도 있고 강도 있었습니다. 강에, 강을 제가 의인화해서 당신이라고 미인이라고 붙인 시들도 있는데. 공통적인 특징은 하나같이 부재하는 존재. 그러니까 제 옆을 떠났다.. 맑았던 강이 흐려지는 것도 떠났다고 볼 수 있는 거고요. 실제 사람 같은 경우에는 인연이든 죽음이든 떠난 존재가 그 누군가가 되었습니다.

    ◇ 정관용> 그 시집에서 한 편 낭송해 주실 수 있겠어요? 우리 청취자분들한테 박준 시인은 이런 시를 짓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이죠. 자기를 소개할 겸해서.

    ◆ 박준> 제가 <지금은 우리가>라는 시를 한 편 읽어보겠습니다.

    ◇ 정관용> 지금은 우리가.

    박준 시인(사진=시사자키)

    ◆ 박준>

    <지금은 우리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 정관용> 언제부터 시를 쓰셨어요?

    ◆ 박준> 저는 20살이 되던 해부터 신춘문예를 해야 되겠다, 이렇게 시인이 돼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시를 썼습니다. 동료 문인들은 좀 더 이른 시기에 시를 쓴 사람들이 많거든요. 청년 문사로 학교에서 인기를 받은 이런 친구들이 있는데 저는 그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늦게..

    ◇ 정관용> 중고등학교 때 백일장에서 장원하고 이런 거 없었습니까?

    ◆ 박준> 전혀 없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왜 신춘문예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살 때?

    ◆ 박준> 제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뭔가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딱히 인간관계가, 교우관계가 좋지도 않고. 뭔가 조금 의기소침하고 소심한 이런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제 또래의 아이들의 관심이 몰리는 번쩍번쩍한 것들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해도 잘 못 할 거니까.

    그런데 그때만 해도 시 쓴다고 했던 친구들이 제 주변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걸 하자, 그런 약간 패배주의가 섞여 있었고. 또 남들이 안 하는 약간 삐딱함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원래 시를 좋아했던 거 아니에요? 시 읽는 것을.

    ◆ 박준> 그것도 또 아닙니다.

    ◇ 정관용> 그것도 아니에요?

    ◆ 박준> 원래 글 쓰는 분들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세계명작 시리즈 읽고 어떤 문학가들한테 경도되어서 본인도 문인의 꿈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청소년기 생각해 보면 개를 좋아해서 개 키우고 개 산책시키고.

    ◇ 정관용> 강아지.

    ◆ 박준> 수의사가 될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개랑 같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또 결과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제가 개를 키우면서 매일매일 개에 대한 관찰일기를 썼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이제 그냥 하루에 물 몇 CC 먹었다, 사료 몇 그램 먹었다가 아니라 픽션을 가미해서 제 감성을 가미해서 그런 얘기들을, 창작물에 가까운 것들을 쓰기 시작했는데.

    ◇ 정관용> 거기서 글짓기 연습을 하신 거구나.

    ◆ 박준> 굳이 따져보면 거기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신춘문예 당선은 몇 살 때?

    ◆ 박준> 26살에 이제 문예지 통해서 등단을 했는데요. 6년을 내리 떨어졌습니다. 신춘문예가 1월 1일에 신문 1면에 시인 1명, 소설가 1명, 아동문학가 1명, 문학평론가 1명 이렇게 뽑는 것인데. 시 같은 경우에는 문학이라는 것에 경쟁률이라는 말이 좀 어색하지만 한 800:1 정도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높은 경쟁률이니까 6년 동안 내리 떨어지다가 어떻게 이제 6년 만에 시인이 되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2012년에 첫 시집을 내셨고 제가 조금 아까 소개한 것처럼 이 시집이 8만 몇 천 부.

    ◆ 박준> 8만 4000부가 조금 넘었습니다.

    ◇ 정관용>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인데 이렇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박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실 창작자들의 가장 큰 기쁨은 내 작품이 이렇게 대대손손 남는 어떤 바이블 같은 것이 되겠다, 이것도 물론 기쁨이 되겠지만, 사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동시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이기에.

    그래서 제 또래의 분들이, 제 또래 나이대, 20~30대를 건너가는 이런 분들이 많이 사랑을 해 주시는데 제 입으로 제가 어떤 것이 좋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 비슷한 감정 같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공감을 많이 해 주시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동년배들의 같은 감정.

    ◆ 박준> 어떤 막막함이랄지, 어떤 공허함이라고 할지. IMF 이후의 세대들이 이제 거칠게 이렇게 가질 만한 허탈감 같은 것들이 시집에도 다소 담겨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번에 5년 만에 시집이 아니라 산문집을 냈어요. 왜 5년 사이에 시를 별로 못 쓰셨어요?

    ◆ 박준> 시집도 두 번째 시집도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잠깐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시인 치고 말이 많습니다. 수다가 많은데.

    시는 사실 말을 많이 하는 문학 장르는 아닙니다. 이게 한 장면을 딱 들이밀어서 느낄 건 느끼고 침묵할 건 침묵하고 이런 장르인데. 말이 많다 보니까 다 못한 얘기도 있고 더 하고 싶은 얘기도 있고. 또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느낀 감정들도 있고. 그렇게 해서 산문의 발화 방식으로 냈던 것이 이번 산문집입니다.

    ◇ 정관용>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 제목은 또 어떤 의미입니까?

    ◆ 박준> 우리가 저도 그렇고 사실 이렇게 살아가면서 어떤 목적이나 쓰임을 위해서 무엇을 노력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추억이 됐든지 혹은 연애나 사랑이 되었든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막 노력을 하는데. 이렇게 따져보면 그것이 이루어진 경우보다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우는 일처럼 달라질 거 생각하지 말고 뭘 해 보자. 이런 삐딱함 같은 것이 생겨서 이런 제목을 해 봤습니다. 이거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아는데 그래도 할래, 이런 마음입니다.

    ◇ 정관용> 산문집에서 한 대목도 한번 들려주시겠어요? 우리 청취자분들한테.

    ◆ 박준> 네, 그렇게 산문집의 한 대목인데요.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한 대목을.

    ◇ 정관용> 어떤 말은?

    ◆ 박준> 죽지 않는다.

    ◇ 정관용> 죽지 않는다. 그 말은 언어를 말하는 거죠?

    ◆ 박준> 맞습니다.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나는 타인에게 별 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정관용> 네,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건네는 그 말이 나의 유언일 수 있다..

    (사진=자료사진)

    ◆ 박준> 네, 네. 그런 생각을 했는데요. 그게 삶이 늘 죽음 같은 것, 죽음과 함께하는 것이니까 어떤 생물학적인 죽음이 될 수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들을 맺는데 어느 순간 안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사실 관계의 죽음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제가 했던 말들이 더 이상 만나지 못하니까 마지막 말 같은 것이, 그가 갖고 있는. 그래서 제가 담고 있는 마지막 말이 아닐까 또 그런 생각도 했고요.

    또 이어지는 대목인데. 대부분의 말들이 사람의 입에서 태어나서 귀로 듣고 의사소통을 하고 흘려보내는 것들인데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마음속에 오랫동안 살아 있지 않을까. 그것이 대부분 경우에서 사실 상처를 받았던 말들입니다. 타인의 말에 상처받으면 그 말이 쉽게 떠나지 않죠. 또 일부이기는 하나 타인에게 들었던 따뜻한 말. 위안이 되는 말들도 오래 살아남는데 그것을 생각하면서 썼던 산문이었습니다.

    ◇ 정관용> 우리 옛 속담에요. 말에 관한 속담을 보면 극단적으로 다른 속담들이 있잖아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라는 게 있는가 하면 ‘말 잘하는 놈 치고 믿을 놈 없다’라는 것도 있고요.

    ◆ 박준> 맞습니다.

    ◇ 정관용>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거예요. 그 점을 지금 산문으로 표현하신 거군요.

    ◆ 박준> 그래서 같은 말을 할 때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조금 따뜻하게 해 볼까, 이것이 언제 내가 이 사람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으니까 혹은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표현했던 글입니다.

    ◇ 정관용>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하지만 박준 시인은 또 직장인이죠?

    ◆ 박준> 출판사에서 편집자, 편집,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몇 년째?

    ◆ 박준> 편집 일을 한 지는 5년이 좀 넘었습니다. 그전에는 글과 상관없는 다른 일들도 종종 했고요.

    ◇ 정관용> 시집, 산문집 펴내서 그걸로만은 못 먹고사는 거죠?

    ◆ 박준> 절대 못 먹고삽니다. 생계가 되지 않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라는 문화관광부 산하 단체가 있는데 그곳에서 해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조사를 합니다. 조사를 하는데 시인들이 1년에 자기의 예술영역. 그러니까 시나 산문 쓰기로 벌어들인 평균 연봉이 214만 원. 연봉입니다, 월급이 아니라.

    그래서 저는 그것보다 운이 좋아서 책이 조금 더 팔리지만 생계가 되는 일은 아닙니다, 글 쓰는 일이.

    ◇ 정관용> 평균으로 연봉 214만 원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나 또 초 베스트셀러를 쓰시는 유명 시인들이 그 맨 위에서 상당 부분을 잡아가니까.

    ◆ 박준> 그게 평균이라는 것이 가장 높은 분들이 평균을 높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슬프게도 이렇게 제가 정확한 액수를 말씀드릴 수 없지만 시인 혹은 출판계가 워낙 이렇게 다른 시장에 비해서 이렇게 번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평균을 높이지도 않습니다.

    ◇ 정관용> 제일 많이 팔리는 시집이라 해 봐야 그게 뭐.

    ◆ 박준> 그게 아마 저의 수준일 텐데. 연봉으로 따지면 생계가 되지 않는 그런 수준입니다.

    ◇ 정관용> 그렇게 직장일 하고. 물론 편집이란 게 글과 함께하는 일이기는 합니다마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떨 때 시가, 글이 지어져요? 튀어나옵니까, 막?

    ◆ 박준> 사실 막 영감이, 떨어지는 낙엽 보면 뭔가 떠오를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극적으로 영감이 살아나는 것은 아주 극한, 극히 드문 수치이고요.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잘 쓰지 못합니다.

    왜, 일상생활 하다 보면 갑자기 서류 만들고 보고서 쓰고 이러다가 갑자기 아름다운 거 쓰려고 하면 안 되거든요. 어떤 전환이 있어야 될 텐데 그것이 여행이라든지 혹은 어떤 음악을 좀 많이 듣는다든지 이런 정서적인 전환이 있으면 좋을 텐데. 또 바쁘게 살다 보니까.

    ◇ 정관용> 그게 어렵죠.

    ◆ 박준> 그래서 일상에서 메모를 많이, 시적인 순간들을 많이 메모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메모장에 이렇게 무엇을, 다람쥐가 도토리를 쌓아두듯이 쌓아놨다가 나중에 마감이라든지 혹은 어떤 물리적인 시간이 될 때 그 메모를 펼치면서 다시 시를 완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관용> 마음먹고 딱 이제 해야지. 이렇게 한다, 이 말이죠?

    ◆ 박준> 네, 그 경우에서 시가 완성되고요. 시적인 것은 평소에 계속 수집을 하려고 합니다.

    ◇ 정관용> 시 쓰는 것도 하나의 노동이군요.

    ◆ 박준> 노동 같지 않은 노동입니다.

    ◇ 정관용> 이 시대에 시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 박준> 시가 제가 오늘 방송에서 줄곧 말씀드리지만 어떤 대단한 일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번쩍번쩍하게 표가 나거나 어떤 명예로운 것이, 혹은 어떤 경제적인 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데 그 시는 뭐할까. 문학은 뭐할까 이런 것을 저도 자문을 해 봤는데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 정도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그런 정도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부분 문학작품에서 담고 있는 인간의 정서라는 것이 슬픔에 가까운 것입니다. 문학에서 어떤 소설에서 혹은 어떤 영화에서 아무리 코미디 희극 영화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어떤 슬픔 없이 마냥 기쁜 일만 생기다가 극이 끝나는 경우는 없거든요. 단 한 작품도 없습니다.

    ◇ 정관용> 뭔가 우여곡절이 있어야 작품이 되죠.

    ◆ 박준> 맞습니다. 어떤 슬픔을 품고 있는 상태에서 기쁜 것을 맞이할지언정.

    그래서 문학작품이라는 것이 대부분 인간의 정서 중에 슬픔에 천착해 있는 것인데 우리가 이렇게 문학을 읽을 때 창작물을 볼 때 슬픈 내용을 보면 이렇게 공감을 해서 감정이입을 해서 이렇게 같이 슬퍼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작품을 덮으면 슬프지만 뭔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가져요. 그런데 그것이 문학에서는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것인데. 그 정화된다는 것이 그냥 창작물에서 내가 이렇게 읽은 슬픔뿐만 아니라 비슷한 종류의,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마음 같은 것도 함께 정화되는 것이 있거든요. 그래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티가 나지 않지만 무엇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달라지는 일은 없지만 문학을 가까이 하고 시를 읽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슬픔의 시대니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 한편 읽고, 산문 한편 읽고 눈물 찔끔 한번 흘려보자.

    ◆ 박준>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 거죠?

    ◆ 박준> 사실 겉으로는 달라지지 않지만 내 내면에서는 굉장히 달라지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을 노리고 제가 그런 이름을 붙여봤고요. 문학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가장 좋아하는 내지는 존경하는 시인은 누구예요?

    ◆ 박준> 복수입니다. 윤동주 시인이 이제 태어난 지가 100년이 됐거든요, 1917년생인데. 이상, 윤동주, 김소월, 정지용, 백석. 이런 한국 현대시 1세대 시인들이 이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한 지가 10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지가 이제 100년쯤 됐으니까요.

    그런데 이분들이 1세대. 이제 선구자처럼 처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한국시를 써내서 저는 그 1세대 시인들을 다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1세대 분들이 이렇게 시의 수준을 높은 반열에 올려놔서 그다음에 뒤를 잇는 시인들이, 그래서 한국 시가 굉장히 풍성하고 높은 수준이어서 존경합니다.

    ◇ 정관용> 우리 박준 시인이 신세대, 젊은 시인으로 그 1세대 시인분들을 넘어서는 그런 시의 경지를 좀 펼쳐야죠.

    ◆ 박준> 잘 쫒아가보겠습니다.

    ◇ 정관용>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시집의 주인공. 또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산문집을 이번에 들고 오신 박준 시인을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박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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