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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했던 '택시운전사' 그 장면, 사실이었을까



문화 일반

    손에 땀을 쥐게했던 '택시운전사' 그 장면, 사실이었을까

    당시 구호 "싸우다 죽자"…역사 교과서보다 생생하게 5·18 가르쳐 줄 영화

    (사진=쇼박스 제공)

     

    5.18민주화운동을 외국인 기자 시각에서 촬영해 전 세계에 알린 실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긴장도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은 어느 부분일까?

    공수부대원들의 조준 사격에 의해 숨졌거나 중상을 입은 동료(주로 학생)들을 데려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일까?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과 택시운전사 김만섭, 통역 학생 구재식(유준열 분)이 보안대(?) 특공조장(최귀화 분)에 쫓길 때일까? 여러 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단연 광주를 탈출할 당시 광주 외곽 계엄군의 검문에 걸렸을 때 였을 것이다. 관객들도 붙잡히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보내줄듯 하다가 총구를 들이대며 택시에서 내리라고 한 뒤 택시 안을 뒤지고 트렁크를 열라고 했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한 장면. (사진=예고편 캡처)

     

    페터 기자와 김만섭 씨가 하 중사(엄태구 분)와 만나는 장면이다. 하 중사는 트렁크를 열며 손이 떨리는 김만섭 씨를 빤히 내려다 본다. 이때부터 낌새를 챈 하 중사는 김만섭 씨가 트렁크를 열자 "이게 뭐냐"고 묻는다. 김만섭은 좀 당황하는 듯한 목소리로 "(감춰놓은 카메라와 비디오 테이프를) 초파일 연등 행사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둘러댄다. 페터와 김만섭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 중사는 트렁크의 물품들을 이리저리 뒤지다 서울 택시 번호판을 발견하고 직감적으로 이들이 상부로부터 체포하라는 외국인 기자와 택시 기자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린 뒤 트렁크를 닫으며 "보내줘"라고 말한다. 부하 직원이 "위에서 그냥 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체포하자는 눈빛을 보내자 하 중사(엄태구 분)는 "서울 택시번호판도 없고 카메라도 없잖아"라며 "보내줘"라고 재차 말한다. 김만섭 씨가 시동을 걸자마자 군용 전화기(일명 딸딸이)가 울리며 외국인 기자와 택시 운전사는 무조건 붙잡으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이때부터 추격전이 펼쳐진다. 황태술(유해진 분) 등 광주 택시 운전사들의 목숨을 건 곡예운전과 체포 특공조와의 사투가 펼쳐진다.

    김만섭, 페터의 탈출에 대한 하 중사의 검문 장면은 영화 감독(장훈)이 극중 긴장도를 높이기 위한 '연출' 같은 느낌을 줬다. 그런데 '사실'이란다. 5.18 당시 택시를 갖고 실제 시위에 참여해 죽도록 맞고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장훈명 씨는 "영화 끝부분의 검문소 하사관이 서울 번호판을 적발했으면서도 눈 감아줘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의 택시 운전사들은 80년 5월 20일 조선대 학생이 공수부대원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21일 금남로에서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였다. 5·18의 분기점이 된 차량 시위로 택시 운전사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80년 광주 시민들은(당시 광주 인구 60만 명쯤) 다 안다. 당시의 경향신문 사진을 보면 금남로를 가득 메운 택시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택시 운전사'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한 장면. (사진=예고편 캡처)

     

    '택시 운전사' 영화가 좀 잔인해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은 "좀 그렇다"고 말하는 관객들도 있다. 우리 군이 시민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하고 동료를 구출하는 시민들을 겨냥해 총을 쏘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적십자 병원과 전대 병원 등에는 선혈이 낭자한 희생자들이 널부러져 있는 모습이 생생히 나오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잔혹했던, 시위 학생들을 남녀 가리지 않고 대검으로 찌르고 길 가던 시민을 곤봉으로 무차별로 구타했으며 군홧발로 짓밟는 5.18 당시의 실제 장면은 영화에 없다. 페터 기자가 당시에 광주 시내 곳곳에서 자행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을 촬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페터 기자는 "그때 광주 사람들의 구호는 싸우다 죽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계엄군들이 오죽 악랄한 짓을 했으면 그런 구호가 나왔을까?

    영화 '택시운전사' 속 한 장면. (사진=예고편 캡처)

     

    '화려한 휴가'와 '26년' 등 5·18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몇 편있으나 '택시운전사'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한 것 같다. 일부 세력의 광주 폄훼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30년이 넘는 세월의 무상함에 의도적인 영화 제작이라는 등의 갖은 5·18 훼손이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택시운전사'는 외국(독일)인 기자의 시각과 직접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스크린을 채운 것이니 객관성이 그 어떤 5·18영화보다 월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1천만 관객 동원의 '믿보송(믿고 보는 송강호)' 송강호가 주연이고 유해진 등이 조연이다. '변호인'의 송강호도, '삼시세끼'의 유해진은 온 데 간 데 없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5·18을 백 번 설명한 것보다 '택시운전사' 영화를 한 번 보게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택시운전사'는 역사 교과서와 학교에서보다 더 생생하게 5·18민주화운동을 가르쳐 줄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일부 영화들은 문화 차원을 넘어 역사 공부를 시키는 교재와 비슷하다.

    '택시운전사'는 5·18 당시 광주의 휘발유값이 공짜라고 말한다. 진짜 사실이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실상은 사실이다. "3천원 어치만 넣으려고 했는데 왜 4천원 어치가 넘었느냐"고 큰소릴 치는 택시 운전사(송강호 분)의 언성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준전시 상황임에도 사재기가 전혀 없었다. 광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계엄군에 의해 차단됐음에도 서로 나눔의 공동체였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광주 시민이 똘똘 뭉친 것이다. 양동시장과 대인시장(당시 가장 큰 재래시장)에서는 시민들한테 음식 나눠주고, 버스와 택시 할 것 없이 시민들을 태워줬다.

    '호남인들은 왜 선거 때만 되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몰표를 주느냐'는 답을 여기서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권력의 핍박에 살아남아야 하기에 의사를 표출할 때 혹시 하나(집단)가 되는 것은 아닐까? 전두환 신군부의 총칼 앞에 맞섰던 그 생존을 위한 저항 의식이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다가 선거 때만 되면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되살아나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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