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구형 선고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는 7일 결심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최순실에게 건네진 수백억 원의 뇌물공여액을 앞세우는 대신, 이 금액 중 해외로 빼돌려진 '일부'에 초점을 맞췄다. 재산국외도피죄 형량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법 위반, 국회에서의증언·감정법 위반 등 5가지다.
뇌물공여죄는 형법 제133조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규정돼 있다. 뇌물수수죄의 경우 금액에 따라 형법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의율해 가중 처벌하지만, 공여자 가중처벌 규정은 없다.
특검이 주장한 공여액 433억여 원을 모두 인정해도 이 혐의만 갖고 처벌하면 징역 5년이 최고형량이다.
반면 재산국외도피죄(특경법 제4조)는 해외에 빼돌린 액수에 따라 형량이 1년 이상 징역(5억 원 미만)→5년 이상 징역(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50억 원 이상) 순으로 커진다.
특검은 이 부회장 측이 최순실의 독일 현지법인에 78억여 원을 제공한 혐의에 이 죄목을 적용했고, 유죄가 인정되면 10년 이상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이밖에 다른 혐의도 재산국외도피죄보다는 형량이 작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298억여 원의 횡령 혐의, '정유라 말 세탁' 형식으로 77억여 원의 뇌물공여·횡령을 정상 거래로 가장한 혐의,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출석해 위증한 혐의를 적용했다.
횡령의 경우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범죄수익은닉·가장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회에서의 위증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가 공소 내용을 유죄로 판단하면 이 부회장은 특검 구형대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다만 최저형량(징역 10년)의 2분의 1까지 형을 '작량감경'할 수 있는 재판부가 징역 5년까지 선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더라도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는 없다.
형법 제62조는 집행을 유예받을 수 있는 형량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적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