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 임금차별 문제로 미국 노동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구글에서 남녀의 임금차별을 정당화 하는 내부 직원의 문건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매체 기즈모도는 6일(현지시간) 구글의 한 남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구글의 이상적인 생태계'(Google 's Ideological Echo Chamber)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10페이지 불량의 문건을 확보해 보도했다.
이 엔지니어는 문건에서 "남녀는 생물학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과 예술 분야 선호도가 다르고, 이것이 기술 산업과 리더십에 있어 왜 여성이 평등하지 않은지를 뒷받침해준다"며 "구글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정책은 좌편향 문화"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글의 좌편향 문화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드는 획일적 문화를 만들어냈다"며 "우리는 사회적인 성 역할의 차이가 성차별을 의미한다고 추정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단순히 미적인 것에 관심이 많고, 참을성이 부족하고, 신경질적이고, 스트레스 대처를 잘 못 한다는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표현도 담았다.
그는 "많은 구글 동료들이 중요한 지적을 해줘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며 "그들은 이에 동의하지만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용기를 갖지 못한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대니엘르 브라운 구글 부사장은 보도 이후 "이 문건은 성 차이에 대해 교정되지 않은 인식을 담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가 인정하고 사내에서 북돋우려는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직원들은 "다양성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경직된 엔지니어의 주장은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당당히 나와서 주장하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문건을 최초 보도한 미국 온라인 매체 마더보드는 구글 직원들이 내부 이메일과 게시판 외에도 익명 앱인 '블라인드'로 토론 장소를 옮겨와 격론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토론장에 접속하려면 활성화 된 구글 직원 메일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블라인드는 문건에 호응하는 이들과 이를 비판하는 반대 입장이 충돌하면서 삽시간에 뜨거워졌다.
한 구글 직원은 이 블라인드에 "이것은 실제로 두렵다. 만약 누군가가 이데올로기 적으로 다수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는 '문화적 비적합성'으로 분류되고 고용과 승진에서 차별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CEO는 어디에선가 구글 내 보수주의자 비율이 가장 낮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지적인 다양성의 결여를 초래한 제도적 차별화를 불러온다"며 보수주의자에 대한 역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들은 "문건 공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글을 게시하는 데 진지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가서 그를 지원해야한다", "지지자가 많을수록 안전하다" 등의 옹호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 직원은 "작성자는 성차별주의를 정당화 하기 위해 사이비 과학자들의 연구를 팔고있는 바보"라고 비판했다.
구글 직원인 토레이 호프만은 트위터에서 "나는 구글에서 일한다. 이 문건에 대한 내부 반응은 분노와 혐오, 슬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비판했고, 켈리 엘리스는 "구글에서 이런 혐오를 경험했고, 직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며 "인사팀이 이들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성과 소수자에게 부적절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인 기술 업계의 내면을 드러냈다"며 "전형적인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미국 산업 내의 암묵적인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