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재 당시 '국가기록물'로 보냈어야
- "이사중 분실? 개인 문서도 그렇게 관리 안해"
- 국보 등 '문화재 인증서' 전수조사 필요
- 사라진 인증서, 인사동 거래 가능성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우리의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습니다. 그 인증서를 받아둔 게 있는데 원본을 잃어버렸답니다. 뒤늦게 파악하고 2007년에 인증서를 재발급받았다는 사실이 최근에 확인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을까.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황평우 소장과 전화가 연결돼 있습니다. 황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 황평우> 안녕하세요.
◇ 변상욱> 유네스코의 이 인증서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건지 좀 설명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걸 보여주는 증서. 하지만 증서 발급 날짜가 2007년 9월 14일(빨간 네모 안)로 돼있다. 문화재청이 1997년에 발급된 최초 원본을 잃어버리고 재발급 받은 것.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 황평우> 그렇죠. 우리 사람이 출생하면 출생기록부가 있죠. 이것처럼 중요한 거고요. 또 우리가 예를 들어서 상장이나 훈장을 받았을 경우에 훈장증서가 나오죠. 이것처럼 중요한 거고 또 우리나라 같은 경우 문화재 지정을 할 때 지정증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화재가 지정이 됐다는 걸 확인해 주는 문서죠.
유네스코 인증서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 지금 현재 세계문화유산이 11건, 세계자연유산이 1건. 그래서 세계유산이 12건이 있고요. 또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고 해서 줄다리기, 아리랑, 판소리 기억나시죠. 이런 것들은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이 돼 있고요. 또 기록유산 같은 경우 직지, 조금 전에 말씀드린 조선왕조실록, 고려대장경판, 동의보감 심지어는 5.18기록물, 또 새마을기록물 이런 것들까지 해서 세계적으로 이건 기록으로 남겨놔야 된다고 해서 또 13건이 우리나라에 등재가 돼 있죠.
◇ 변상욱> 그러면 거의 44건 정도가 등재 인증서가 우리한테 들어와 있고 우리가 그걸 관리하고 있는 건데. 1997년에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이 됐는데 2007년에 깜짝 놀라서 재발급을 받았다면, 그 10년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건데 이게 어떻게 분실이 될까요?
◆ 황평우> 그전에 제가 하나 말씀을 드려야 될 게 있는데 우리 지금 변 선생께서도 유네스코세계유산이 '지정'되었다 '등재'되었다 혼동을 많이 하시잖아요. 조금 전에 소록도 인터뷰하시는 분도 유네스코 지정이라고 얘기하는데 유네스코는 반드시 '등재'입니다.
◇ 변상욱> 등재.
◆ 황평우>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변상욱> 이걸 등재인증서 이렇게 해야 되는 건가요?
◆ 황평우> 그렇죠. 지정이라는 말은 세계가 어떤 각 나라의 문화재를 지정할 수 없고 목록에다가 등재하는 거고 우리나라가 우리나라 문화재를 지정할 때는 지정이라고 씁니다. 그래서 이걸 지정과 등재를 구분을 해 주셔야 되는데요. 일단 이런 겁니다.
우리가 97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되면서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지금 보면 현재 문화재청의 발표에서는 98년도에 문화재청이 문화재관리국에서 문화재청으로 승격되면서 청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하면서 없어졌던 것 같다라고 얘기하는데 이건 사실 좀 핑계고요. 문화재로 등재가 되거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이런 중요한 증서 같은 경우는 국가기록물로 보냈어야죠, 등재 당시부터. 그리고 이걸 철저하게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이걸 캐비닛에 넣어두고 인수인계가 안 돼서 또 이사하는 과정에서 분실이 되었다?
저 같은 경우는 사실 90년에 여권을 만들었는데요. 여권 지금도 다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굉장히 소중한 기록이거든요. 제가 90년부터 세계적으로 어디를 여행했다는 저만의 기록인데 이런 것들도 개인도 상장이나 이런 것들 다 보관하고 있는데 유네스코에서 등재된 인증서를 이사하다가 잃어버렸다? 캐비닛에 두고 인수인계가 안 돼서 잃어버렸다? 이건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 행정이 너무나 무책임한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변상욱> 하긴 기록물을 다 잘라서 없애버리라고 했는데도 기록물이 청와대 어느 캐비닛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 보면 어딘가 있을 것 같은데.
◆ 황평우> 제가 조금 뒤에 말씀을 드릴 텐데요. 우리나라 관공서에서 기록물 관리하는 걸 제가 언제 한번 봤냐면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할 때 원래 경복궁 안에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서 버리고 각종 포스터나 입장권 이런 걸 제가 버리는 걸 한번 봤거든요. '저 포스터는 30년 전 포스터인데 왜 버리지? 기록물로서 가치가 없나?' 이런 생각들이 비일비재하게 들었어요.
그러니까 웬만한 기록물이나 우리가 전시, 디자인 하면서 남겨야 될 물건들 또 인쇄물들을 본인 거 아니라고 그냥 다 버리는 거예요. 이런 기준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사실은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이 기준을 안 지키니까 자기 물건 아니면 그냥 다 버리고 가다 보니까 이게 문제가 되는 거죠.
◇ 변상욱> 이거 말고도 지금 인증서 재발급 받은 것들이 또 있다는 것 아닙니까?
◆ 황평우> 그렇죠. 조금 전에 제가 말씀드린 세계문화유산이 우리나라에 12건이 있어야 되는데 초기에 우리 잘 아시는 석굴암, 불국사 또 해인사 장경판정, 종묘, 창덕궁, 화성, 경주 역사지구,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사실 얼마 되지도 않은 거거든요. 이걸 신로마자표기법에 따라서 2007년에 재발급을 받았어요.
그러면 우리가 재발급을 받았으면 그전에 있었던 증서 같은 경우는 버립니까? 그게 아니라 국가기록물로 해서 중요하게 보존을 했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 정확하게 소재가 확인이 안 된다고 하니까 저는 이거 분실이 아닌가. 이런 것 같습니다. '이거 옛날 거니까 버려' 이러지 않았었나.
◇ 변상욱> 그러니까 등재돼 있는 건데 인증서 원본이 있습니다. 그런데 로마자표기법이 바뀌는 바람에 새로 만들었다 이거죠. 그게 보내져오니까 옛날 거는 버려라, 새로 왔는데. 이렇게, 글쎄 말이죠...
◆ 황평우> 보내온 것도 아니고요. 우리가 재발급 받은 건데.
◇ 변상욱> 재발급 받은 겁니까, 없어져서?
◆ 황평우> 그런데 참 저는 이해가 안 가는 게, '어딘가 기록물에 남겨뒀는데 못 찾았을 것 같다'라고 자꾸 하고 있는데요. 만약에 분실이 됐다면 이건 한심하기를 떠나서 이게 과연 문화재청이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나. 한 나라의 아카이브, 기념물, 그다음에 기념할 물건, 또 메모리얼 한다 그러죠. 이런 것들을 전부 보관하고 하는 곳이 문화재청이거든요.
한 국가의 차관을 두면서 1년에 예산을 거의 몇 천 억씩 쓰면서 인원이 1000명 가까이 있는 이런 기구가 있는데 이런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졌다.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국가 보물이나 국보 지정된 문화재 인증서들은 개인들이 다 관리 잘하고 있는지 이것도 한번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변상욱> 군 아까 비리 문제도 그렇고 전수 조사할 게 엄청나게 많군요.
◆ 황평우> 전수조사하기 전에 잘 관리를 했으면 이런 일이 없는데요. 관리를 못하다 보니까 이제 이런 일이 생기는데 사실 이번에 제가 좀 말씀드리지만 문화재청장이 어제 발표가 났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분이 9급 관리부터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분이 제가 알기로 모든 문화재 행정의 최말단부터 다 있었던 분들인데 과연 이런 분들이 가서 다시 잊어버렸던 거 찾을 수 있는 건지 개혁을 할 수 있는 건지도 좀 의심은 갑니다.
◇ 변상욱> 아무튼 신기한 건 잃어버렸다는 걸 어떻게 알았다는 게 좀 신기할 정도인데. 하나 궁금한 거 여쭤 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드라마,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렇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이런 증서들이 인사동 같은 데서 비싸게 팔리고 거래될 수도 있는 겁니까?
◆ 황평우>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냐 하면 사실 이게 문화재냐 아니냐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등록문화재 이런 기록물 같은 경우는 50년 정도 지나면 희귀성이 있기 때문에 등록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세계유산 인증서가 수백 건, 수천 건이 된다 그러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지만 해당 문화재의 한 건의 인증서 아닙니까? 이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거죠. 만약에 지금이라도 이것을 등록문화재라고 한다면, 근대문화재나 등록문화재로 우리가 보존을 해서 가치를 둔다라면 문화재급의 중요한 가치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인증서 자체가 인사동이나 또 고문서들이나 인증서들 거래하는 사이트나 이런 데서 돌아다닐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거래될 가능성도 있고요.
◇ 변상욱> 참 답답합니다. 아무튼 얼마 전에는 첨성대에 취객들이 기어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마는. 우리의 문화재 관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이나 아니면 관심은 좀 허술해 보입니다.
◆ 황평우> 지금 사실 우리 국민들부터 또 정부 관리기구까지 총체적으로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 좀 이렇게 정확하게 인식을 좀. 기본부터 충실한 이런 마음들이 중요한 것 같고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이렇게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문화재에 대한 의식들이 향상됐으면 하고요. 다만 중요한 건 우리나라 문화재청이 '활용'에 대해서만 지금 앞으로 신경을 쓰는데 문화재청의 기본 기준은 문화재의 안전한 '보존'입니다.
왜냐하면 보존을 하는 데에서는 예산이 별로 안 나오다 보니까 활용. 어떻게 해서 써먹고 어떻게 해서 활용하느냐에 대한 예산은 굉장히 많이 투입이 되고 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문화재청에서 요즘 보면 90년대 후반 이후부터 보존보다는 활용에다가 더 중점을 두는 것 같은데 일단 문화재는 보존하고 있는 게 더 우선이라는 생각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변상욱> 보존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황평우> 감사합니다.
◇ 변상욱>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황평우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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