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제공)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9일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과 완성차 업계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을 우려하며 정부와 국회, 법원이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 업체로 구성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자동차산업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관계 부처 등에 지원을 호소했다.
◇ 완성차업계 생산·판매 부진→중소부품업계 경영 악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수년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미국 등 해외 판매는 눈에 띄게 줄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이후 450만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에는 2015년보다 7.2% 감소한 422만 8509대를 기록, 글로벌 생산량이 세계 6위로 내려앉았다.
10년 넘게 세계 3위 자리를 유지하던 수출도 올해 멕시코에게 3위 자리를 빼앗겼다.
올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132만 1390대)은 2009년(93만 8837대)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 판매는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40% 이상 급감했고, GM 유럽 철수에 따라 한국GM의 수출 규모도 대폭 감소했다.
내수 판매량은 올 상반기(78만 5297대)가 지난해 같은 기간(81만 8115대)보다 4% 감소했다. 2014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던 내수시장이 3년 만에 꺾인 것이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맞물리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점차 줄고 있고, 이에 따라 완성차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 협력부품업체 또한 매출액 감소, 가동률 저하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 부품업계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시 3조원 이상 추가 채무…3천여 업체 유동성 위기"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발 유동성 위기에 따른 후폭풍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각국이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 강화 등의 여러 지원정책을 펴면서 경쟁국 메이커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완성차업체의 경쟁력 약화 영향이 부품업체에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중소 부품업체의 유동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호소문에서 "연착륙 방안이 없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 부품업체와 자동차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계의 생산차질,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결국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가 우려하는 또 하나의 ‘뇌관’은 8월 말로 예정된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1심 선고다.
부품업계는 기아차가 1심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 이상의 추가적 채무가 발생해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에 대금지급 의존도가 높은 중소부품협력업체는 존폐의 위기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합은 "2013년 통상임금 판결은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었고, 이후 '통상임금 신의칙'은 하급심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아 기업들은 법적리스크를 떠안은 채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조합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어느 한 모기업체의 위기는 전후방 3천여개 업체간 연쇄적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기아차 통상임금 1심 8월 말 선고…"국내 車산업 악영향 고려해 신중 결정 호소"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완성차발 통상임금 1심 소송결과가 상여금 제도를 운영중인 중소 자동차부품산업계에 심각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여금을 임금제도로 운영중인 다수의 중소부품업체들은 노사간 소송분쟁과 더불어 소송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과 이로 인한 경쟁력 저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력과 기술수준을 대표하고 부품 및 소재산업 등 연관 산업에의 파급효과는 물론이고 고용유발효과도 매우 크다.
자동차부품업계는 "정부, 국회, 법원이 우리 자동차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의 사안에 대해 신중한 정책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