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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학술

    소녀시대 작사가는 왜 역사에세이를 썼을까

    [노컷 인터뷰] '낯선 곳으로의 산책' 펴낸 예오름 씨

    10일 출간된 '낯선 곳으로의 산책: 청춘, 오래된 미래를 마주하다' (사진=예오름 씨 제공)
    10일 출간된 책 '낯선 곳으로의 산책: 청춘, 오래된 미래를 마주하다'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비롯해 중국 각지에 남아있는 독립운동 유적지를 돈 후 그때그때의 감상을 기록한 에세이다. '유적지'가 아니라 그 공간을 '가 본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기행문이라기보다는 '역사'를 소재로 한 '에세이'에 가까운 청춘 일기다. 30대에 막 접어든 여성이 느낀 막막함과 삶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에세이로, 역사와 청춘을 결합한 독특한 관점이 담겼다.

    책을 쓴 사람은 예오름 씨. 작고 낮은 언덕이라는 '오름'에 예술가의 '예' 자를 붙여 완성된 예명에는 누구나 올라와서 숨쉴 수 있는 편안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자는 바람이 담겨 있다.

    아직 독자들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마플라이'(Mafly)라는 다른 이름은 좀 더 친숙할 수 있다. 그는 소녀시대 태연의 'I', 'Rain', '비밀', '쌍둥이자리', 소녀시대 태티서 'Holler', '아드레날린', 소녀시대 '낭만길', 'Green Light', 이번 6집 수록곡 'One Last Time'을 비롯해 여자친구·트와이스·규현·엄정화·뉴이스트·수란 등 다수 가수들과 작업해 온 유명 작사가이기 때문이다.

    작사를 본업으로 하는 예오름 씨는 왜 역사에세이를 쓰게 된 것일까. 또, 중국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예오름 씨를 만나 신간 '낯선 곳으로의 산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중국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를 쭉 돌아보고 난 후에 느낀 점을 썼다. 어떤 장소를 둘러보고 기행문처럼 쓴 글은 많다. 역사적인 곳에 대한 내용을 쓴 게 아니라 (제 책에서는) 그 장소에서 뭘 느꼈는지가 핵심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제 막 서른이 되었는데 막연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쳇바퀴 돌 듯 지루한 현실에서 의미 있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싶었다. 청춘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막막함을 솔직하게 반성할 건 반성하고 위로할 건 위로하면서 역사 유적지를 돌며 생각한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했다.

    예오름 씨의 본업은 작사가. 작사가일 때는 '마플라이'(Mafly)라는 이름을 쓴다. (사진=예오름 씨 제공)
    ▶ 마플라이(Mafly)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작사가인데, 역사에세이를 썼다고 해 의외라고 생각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단지 역사로만 대했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인물이 많구나 하는 정도로. 그러다 스승님의 중국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에 동행하게 되면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원래 친한 사람들과 해외여행을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역사에 관심 많다고 이야기 하면서 해외여행을 택하면 언행 불일치라는 생각에 유적지 탐방과 기간이 딱 겹쳐서 후자를 택했다. 그때 연길, 하얼빈에 가 보았다. 제가 '알고' 있던 것과 실제 역사가 일어난 현장에 가서 보는 건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책에서 '안중근 열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쏴서 죽였다'는 내용을 보는 것과, 그 기차 플랫폼에 직접 가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상해 홍커우 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폭탄 던지러 갈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땠길래 자기 목숨을 다 바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직접 장소에 가 보니 (역사가) 구체적으로 마음에 확 들어오더라.

    상해는 여행지로도 인기여서 많은 사람들이 오지만, 의외로 상해임시정부 유적지엔 잘 안 간다. 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게 아닌데도. 제 책을 보고 나서 '나도 갔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곳들을 다니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아등바등 치열하게 살기보다는 생각을 좀 달리 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가흥의 김구 피난처와 윤동주 생가가 많이 남았다. 윤봉길 의사의 폭탄 사건 있고 나서 일본이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고 김구 선생을 잡아내려고 애썼을 때, 선생이 피신했던 곳이다. 그는 혹여나 잡힐까봐 아침에 나가서 저녁까지 호수에 있다가 왔다고 한다. 또, 김구 선생 방에는 바로 나룻배를 탈 수 있게 사다리가 있었다. (가흥은) 매우 고요하고 고즈넉한 예술 마을 같은 곳인데, 그런 곳에서 김구 선생은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매일 마음을 졸이며 호숫가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숨어있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했다.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서 생가를 갔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여기서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겠구나 짐작하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가 자랐던 동네인 용정도 정말 할머니집 같이 편안한 분위기였던 게 그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 임시정부 현장을 방문한 후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다.

    예전에는 제가 겪지 않은 일이다 보니 마음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녀오고 나서는 좀 더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됐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보며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달까. 당장 무언가를 할 수는 없더라도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오면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 책을 쓰면서 가장 중점에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

    책에 역사적인 내용은 딱 '사실'만 들어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알 만한 곳을 갔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건 최대한 빼려고 했다. 사람마다 어떤 장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다르지 않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청년들이 해외 여행을 하는 중에 한 곳이라도 이런 곳들을 들러보면 좋겠다. '역사가 하는 이야기를 나도 직접 들어봐야겠다',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그 정도의 마음만 들어도 정말 좋을 것 같다.

    ▶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기를 바라나.

    대중음악을 하던 사람이 역사에세이를 쓴다고 하면 불편한 시선이 있을 것 같아서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다. 예전에 세월호 참사 때 추모곡 작사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제가 당사자나 유가족도 아니고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어쭙잖은 위로를 하는 게 더 상처일 수 있게다 싶어서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역사 유적지를 둘러 보면서 '그때 욕을 먹었을지라도 작업을 할걸' 하는 생각을 했다. 제가 쓴 한 줄의 글이 한 명에게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는. 청년들도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겁이 나지만 써 보게 됐다. 읽으실 때는 정말 '낯선 곳으로 산책'하는 느낌으로 보셨으면 좋겠다. 읽는 사람들과 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싶어서 쓴 책이다. ‘산책’이라는 게 밥도 먹고, 쉬기도 하고, 생각도 하는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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