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곁을 지키며 같은 한국인에게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을 받을 때 마음이 아프고 서글펐습니다."
소녀상 지킴이 김상금씨 (사진=김상금씨 제공/연합뉴스)
6개월 넘게 자발적으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지켰던 김상금(68) 씨는 광복절을 앞두고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 6월 중순께 소녀상을 찾은 술 취한 중년 남성을 제지하다가 뺨을 맞았다.
중년 남성이 "몸 팔아서 먹고산 여자를 뭐하려고 기리느냐", "넌 돈 얼마 받고 여기서 빨갱이 짓을 하느냐"고 한데 김 씨는 "자신의 부모나 형제가 그런 일을 당해도 그렇게 말할 거냐"고 말했다가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김씨는 "잠시 검색해봐도 우리 국민이 일제 시대에 얼마나 모진 세월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며 "이념과 정치의 논리로 편을 가르고 위안부 할머니의 아픈 삶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비수 같은 말로 생채기를 내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김씨는 30대 청년이 소녀상을 헐뜯으려고 주변에 쓰레기와 폐가구를 갖다놓고 전직 대통령 흉상을 가져와 소녀상 옆에 세우겠다고 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월 3일부터 200일 가까이 소녀상을 돌보다가 지난달 15일 이후 소녀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추웠던 겨울, 봄, 여름을 소녀상 곁에서 매일 4∼8시간 서 있다 보니 자동차사고로 좋지 않았던 허리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는 것은 물론 방문객에게는 소녀상의 의미를 설명하고 소녀상을 해코지하려는 이들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낮에는 소녀상을 지키고 아침·저녁으로 생업인 학원 차량 운전을 하는 쉽지 않은 생활이었다.
하지만 정부나 부산시 등이 전혀 보호할 마음이 없는 소녀상을 나라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를 지켰다고 그는 말했다.
'소녀상 할아버지'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한 김씨는 소녀상을 찾은 이들에게 실망도 했지만, 감동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소녀상이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1월 초 한 일본인 할머니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녀상 지킴이 김상금씨 (사진=김상금씨 제공=연합뉴스)
"한 할머니가 가슴에 화분 5개를 안고 와서 소녀상에 놓고 고개를 숙이더니 하염없이 우시더군요. 우리 말로 더듬더듬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일본이 죄인입니다'라고 말한 뒤 손수건으로 소녀상을 얼굴을 닦으며 '이 피눈물을 봐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당시 할머니가 놓고 간 화분을 그냥 놔두면 추운 날씨에 얼어버릴 것 같아 매일 집에 가져갔다가 가져오길 반복했다.
김씨는 "소녀상을 찾는 양심 있는 일본인의 고백과 용기에 힘이 났다"며 "그들을 보며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죄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미 끝난 일인데 왜 소녀상을 세워 말썽을 피우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김씨는 "국민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오히려 국민감정에 반해 일방적으로 맺은 합의를 두고 봐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민이 소녀상을 세운 이유는 일본이 립서비스가 아닌 진정한 사죄를 하라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이 점을 명심해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 보호조례가 만들어졌지만 부산시가 전혀 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허리가 나으면 다시 지킴이 활동을 하겠다"며 "내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