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에 연루돼 자질 논란이 일고 있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감담회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에 연루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2년 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본부장은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과학기술혁신체계가 무너지면서 지난 9년간 기술 경쟁력도 떨어지고 현장 연구자들의 실망도 큰 만큼 과기혁신본부장으로 돌아와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부담도 느낀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구국의 심정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분석해 책으로 발간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 자리에서 박 본부장은 자진 사퇴 촉구의 주된 내용인 '황우석 사태'에 대해 해명하면서 용서를 구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사건은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과학기술인에게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며 "당시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특히 "황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던 만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동하다 (논문에 이름을 넣을 거라는 황 박사의) 전화를 받았고, 그때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알았다'고 한 게 여기까지 왔다"면서 "신중하지 않았던 점을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답했다.
이어 "2002년쯤 황 박사에게서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세부과제 책임자로서 기획은 같이했다. 논문을 쓸 때 기획에 참여한 사람도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제가)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 관리체계에 참여하고 있고, 생명윤리가 중요하니 전공이 그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차원에서 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일이 없도록 앞으로) 냉철하게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지적을 심각하게 받는 죄인이라 스스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라는) 호칭을 못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에 연루돼 자질 논란이 일고 있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감담회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 본부장은 거듭 사과하면서도 사퇴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개발 체계, 사람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과학기술 혁신 체계를 만들고 싶다"면서 "많은 분들의 지적을 더 아프게 받아들여 연구자 입장에서, 국민과 산업계 요구를 잘 수렴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싶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못 박았다.
박 본부장은 "계속되는 사퇴 요구에도 사퇴 뜻이 없나"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과학기술 성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 보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 이후로는)"황 박사와 개인적인 교류를 한 적은 없고 다만 우연한 기회에 모임에서 (황 박사와) 몇 차례 얼굴을 마주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박 본부장은 과거 줄기세포 연구윤리 논란을 일으킨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당시 논문 내용에 기여한 바 없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자신의 전공과는 관계가 없는 과제 2건으로 황우석 교수에게 연구비 2억 5000만 원을 지원받은 사실 등이 밝혀져 지난 2006년 과학기술보좌관직에서 불명예 퇴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조정 권한을 행사하고,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과학기술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다.
혁신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국무회의에도 참석한다. 박 본부장은 지난 7일 본부장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