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회를 하나가 아니라 두 개로 운영한다고?"
대한민국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만큼 상·하원으로 운영하는 '양원제'(兩院制, bicameral system)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양원제는 개헌 논의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정치 원로들과 학계에서는 현재까지 꾸준히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양원제가 '토론'은 실종되고 '정쟁'만 있는 국회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 학계·원로들의 제안 …"양원제 통해 국회 문화 바꿔야"지난달 17일 제헌절 69주년을 맞아 열린 국가원로 개헌 대토론회에서 일부 국회의장들은 양원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양원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주기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회의체로서의 국회의 본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 양원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의장은 "국회에서 실질적인 회의는 안하고, 원내대표나 정당대표간에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기싸움만 하다가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거나 미제가 된다"며 "소모적인 국회 문화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원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양원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회의체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되찾고,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상원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국회 개헌특위와 학계에서도 양원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특히 미국식으로 지역별로 소수의 상원 의원을 따로 선출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개헌특위에 따르면 양원제는 ▷국가 의사 결정 신중성의 제고, ▷지방분권, ▷국가·지역간 갈등해결, ▷입법부 내 견제, ▷남북통일 대비 등의 측면에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다.
대전대 안성호 교수는 "대선거구제로 상원 의원들을 뽑아서 국회를 운영하면, 지자체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시키면서 지역 갈등을 완화하고 고른 국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막연한 불신·불안으로 진지하게 검토 안돼… "터놓고 논의해야"가장 큰 걸림돌은 '국회에 대한 불신'이다. 국회를 상원-하원으로 운영하면 비효율적이고 의원수만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대중의 불신들이 팽배해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1954년~1962년에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구분된 양원제를 채택했을 뿐 그 이후 경험이 없어 양원제 도입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때문에 국회 개헌특위에서도 양원제에 대한 검토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개헌특위 관계자는 "권력구조 개편이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고, 양원제는 필요성을 인지해도 워낙 근본적인 개혁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정당별로 양원제 운영 경험이 없고, 본인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에 논의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의원수가 늘어나고 세비만 느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지만 포기하기에는 양원제의 장점이 너무 많다"며 "인원수를 330여명 정도로 소폭 늘리고 경비를 최소화한다면 충분히 대국민 설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을 목표로 국회가 개헌특위를 본격 가동하고 있는 지금, 양원제의 장단점을 공론화하면서 현 단원제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