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나 무산됐던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전자파와 소음 측정이 12일 이뤄졌지만, 인근 김천 혁신도시에 대한 측정은 또다시 무산됐다.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주한 미 8군 사령관의 사과도 거부하는 등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 성주 소성리 주민 등이 12일 마을회관 앞에서 주한 미 8군 사령관의 사과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방부 등 "기지내 전자파·소음 측정 수준은 미미"국방부와 환경부는 12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넘게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전자파와 소음 측정을 벌였다. 이날 조사에는 환경부와 국방부, 환경공단 관계자, 기자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조사 참관을 거부했다.
조사는 사드 레이더를 정상 가동하며 주변 4개 지점의 전자파와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측정치는 현장에서 곧바로 공개됐는데 전자파와 소음 수준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환경부에 제출했던 자체 측정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드 기지와 인접한 김천 혁신도시 주변에 대한 측정 작업은 시민단체와 주민의 반발로 취소됐다.
김천 혁신도시는 사드 기지와 직선거리로 8-9km 떨어진 곳이다. 조사단은 기지 입구를 막고 있는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헬기로 이동하며 측정 작업을 벌였다.
◇ 4기 추가 배치, 시설 보강 공사 속도 낼 듯환경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국방부가 제출한 측정치와 이날 현장 조사 결과를 비교 검토한 뒤 필요하면 국방부에 보완을 요청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면 사드 임시 배치를 위한 지반 보강과 미군 편의시설 공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반입된 4기 발사대에 대한 추가 배치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약속했던 대로 일반 환경영향 평가 절차도 엄정하게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최종 배치 결정할 계획이다.
주민 설득을 위해 주한 미8군 사령관이 직접 성주 기지를 찾기도 했다.
토머스 밴달 주한 미 8군 사령관이 12일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 작업을 앞두고 기지 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 사드 배치 당시 성주 주민을 보고 휴대폰으로 찍으며 웃는 우리 장병의 행동은 부적절했다"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앞서 토마스 밴달 사령관은 주민 면담이 무산된 뒤 사드 기지에서 사과 기자 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밴달 사령관은 지난 4월 사드 장비 반입 과정에서 미군 병사가 웃음을 지으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촬영한 데 대해 사과하면서 "한미 정부가 긴밀히 협조하면서 환경영향 평가 등 대한민국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사드는 남부지방 방어의 핵심적 전력이라는 걸 알아달라"고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 불법" 주민 반발 여전
기지 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조사가 이뤄졌지만,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기지 입구를 막고 계속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예정대로 기반 공사와 추가 배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주와 김천 등 기지 부근 주민과 원불교 측은 불법 반입된 사드 장비를 먼저 빼내고 입지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주한 미 8군 사령관의 방문 사과도 거부했다.
사드 배치 반대 투쟁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 강행의 명분 쌓기에 불과한 미군의 기만적인 사과를 거부한다"며 "불법적으로 실시된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를 무효로 하고 사드 가동을 위한 공사와 연료공급,미군 편의시설 공사 기도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