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제72주년 8·15 기념식 경축사에서 최근 북-미간 '말폭탄'으로 한반도 긴장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 단호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 것과 동시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지 주목된다.
북한 군 당국의 괌 포격 사격 위협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적 옵션 장전 완료 발언 등 한반도를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문 대통령의 추가 대화 제안에도 무게가 실린다.
◇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위기 관리 필요성 절실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 미국이 전면전(戰)도 불사할 정도로 상호 위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서 안보관련 회의는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북미간에 오가는 것이 말싸움이고 직접 미사일을 쏘거나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개입하는 게 안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가장 엄중한 시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휴가 복귀 직후인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힌 후 안보 관련 외부 메시지를 일절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4일과 28일 북한이 잇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 하자 참모진들 앞에서 평소와 다르게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 베를린 구상'을 밝히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선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북한이 ICBM으로 대응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드발사대 4기 추가 임시배치와 한국의 단독 제재방안 마련 지시 등 단호한 조치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Fire & Fury)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미 조야에서도 선제타격에 앞선 예방타격 등 군사적 옵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청와대는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위기 관리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분위기가 강화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북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는 가운데 한미 동맹을 강조해온 한국이 홀로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기에는 부담이었다.
◇ 美中 정상 통화 변곡점 될 듯…"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질 것"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위기를 외교적·평화적으로 관리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론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당시 통화에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은 결국 대화와 담판이라는 정확한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상호 존중 기초 아래 미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한반도 핵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함께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 역시 두 정상간 통화 직후 성명을 내고 "북한이 도발적이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동의했다"며 "두 정상 간 관계는 매우 가까우며 바라건대 이는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사이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접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북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개입 공간도 어느 정도 확보된 셈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직후 6·15 남북 공동성명 기념식 공동 개최와 8·15 공동행사, 10·4 남북 정상회담 10주년 기념식 공동 개최 등 남북간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려 했던 대북 기조가 다시 환원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메시지를 밝히는 것과 동시에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할 수 있는 유화책을 다시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남북관계는 벼랑 끝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반전이 이뤄진 적도 많았다"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위기 관리 노력이 결국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