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이 처음 개최된 것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지만 그 기원은 잘 알려졌다시피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8세기 전후부터 열린 것으로 알려진 올림피아 대제전에서는 남자로만 이뤄진 선수들이 장·단거리 달리기나 복싱, 레슬링, 전차 경주 등에서 승부를 겨뤘다.
겨울에도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의 그리스에서 스키나 스케이트 같은 동계 종목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당연히 올림피아 대제전 종목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올림픽과 동계종목이 만난 것은 언제부터일까.
◇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피겨 등장…1924년 첫 동계올림픽
12세기 가까이 이어진 올림피아 대제전이 끝나고, 1896년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올림픽을 창시했을 때 초대 대회에 포함된 9개 종목에도 동계 종목은 없었다.
동계 종목이 올림픽 무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08년 영국 런던올림픽이었다.
앞서 1901년 첫 국제 동계스포츠 대회인 노르딕게임의 창시자이자 쿠베르탱 남작의 친한 친구였던 스웨덴의 빅토르 발크는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런던올림픽에 피겨스케이팅 종목을 추가했다.
4년 후 스웨덴 스톡홀름올림픽에서는 아예 '동계스포츠 주간'을 포함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노르딕게임을 우선시했던 북유럽 국가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191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에서 동계스포츠 주간이 현실화되는가 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올림픽 자체가 취소됐고, 1920년 벨기에 앤트워프올림픽에선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가 포함된 것에 만족해야했다.
이후 19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에서 드디어 '국제 동계스포츠 주간'이 별도로 열리게 된다. 몽블랑이 위치한 작은 도시 샤모니에서 11일간 열린 국제 동계스포츠 주간에는 16개국 250여 명의 선수가 16개 종목에서 승부를 겨뤘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었다.
이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샤모니 대회를 제1회 동계올림픽으로 소급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하계올림픽과 완전히 결별한 동계올림픽이 탄생하게 됐다.
2회 대회는 1928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3회 대회는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렸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올림픽까지는 하계올림픽과 같은 해에 열리다가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부터는 2년 단위로 하계와 동계올림픽이 번갈아 열리고 있다.
첫 대회부터 포함된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외에 알파인스키(1936년), 루지(1964년), 스노보딩(1998년), 쇼트트랙(1992년) 등도 줄줄이 추가됐다.
초대 대회 16개였던 종목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에서 98개까지 늘어났고, 내년 평창올림픽에서는 102개로, 100개를 넘어서게 된다.
역대 대회를 통틀어 노르웨이가 총 118개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가져갔으며, 미국(96개), 독일(78개)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총 26개의 금메달을 챙긴 우리나라는 15위다.
◇ 한국, 첫 출전은 1948년 생모리츠…첫 메달은 1992년 알베르빌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36년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열린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엔 선수 3명이 일장기를 달고 출전해야 했다.
해방 후 5회 대회인 1948년 생모리츠올림픽에 임원 2명, 선수 3명을 파견한 것이 공식적으로 한국의 첫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이후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회에는 불참했고,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후 꾸준히 선수단을 파견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는 역사적인 한국의 첫 동계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이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 우리나라는 남자 1,000m에서 김기훈이 금메달, 이준호가 동메달을 차지했고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을 보태며 종합 10위의 성적으로 거뒀다.
이후 대회에서 꾸준히 금메달 사냥에 성공해온 우리나라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활약한 2010년 캐나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종합 5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 동계올림픽 역사를 만든 사람들
100년을 향해가는 동계올림픽 역사에선 굵직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 많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 동계종목 피겨가 처음 치러졌을 때는 모두 4개의 금메달이 나왔는데 그중 한 명이 '살코' 점프의 창시자인 스웨덴의 울리크 살쇼브다.
분리 독립한 동계올림픽의 첫 메달리스트는 미국의 찰스 주트로다.
주트로는 1924년 샤모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우승하며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2회 생모리츠대회에선 노르웨이 피겨선수 소냐 헤니가 15살에 금메달을 차지하며, 70여 년 동안 최연소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타이틀을 지켰다.
미국의 에디 이건은 1920년 앤드워프 하계올림픽에서 복싱 금메달을 딴 후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금메달을 따 전무후무한 동·하계올림픽 동시 챔피언이 됐다.
동독의 크리스타 로텐부르거는 1988년 캐나다 캘거리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7개월 후 서울올림픽 사이클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유일하게 같은 해에 동·하계 메달을 모두 거머쥔 선수로 남았다.
일본의 이가야 치하루는 지난 1956년 코리티나담페초 대회에서 스키 은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 첫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고, 미국의 봅슬레이 선수 보네타 플라워스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흑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