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삼성생명에게 대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퇴로(退路)'를 제시했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보험업법 특혜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규모가 너무 커 이를 사들일 곳이 없고, 매수자를 찾을 수 없게 된다면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해 삼성전자 스스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게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법 또는 다른 법률이나 규정의 제·개정으로 특정 주주의 지분 매각이 강제되는 경우,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해당 특정주주로부터 매입하는 방법"을 자사주 취득 요건에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주권상장법인이 거래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게 했다.
다시 말해, '삼성생명법'이라고 지적받아온 보험업법이 개정되거나 금융위원회가 보험업 감독 규정을 바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사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는 지체없이 소각하도록 함으로써 자사주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처분하지 않아 이익배분을 받지 못했던 삼성생명의 유배당보험계약자들(지난 3월말 기준 210만 6천 115명)이 매각 차익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에 따라 4조원 이상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자산을 운용할 때 특정 채권이나 주식을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다. 문제는 자산운용 비율을 산정할 때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권이 총자산을 공정가액(시가)로 하는 것과 달리 유독 보험업권만 취득원가를 평가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박용진 의원은 지난 최종구 금융위원장 청문회 당시 "다른 업권은 '공정가액' 기준으로 하는데 유독 보험만 '취득원가'로 하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현행 보험업법의 혜택을 받는 보험회사가 딱 두개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규정을 바꾸는 것은 쉽지만 그로 인한 영향을 감안하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