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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택시 운전사'와 '민주화 성지'



칼럼

    [논평] '택시 운전사'와 '민주화 성지'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한 김부경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세 번째), 이철성 경찰청장(왼쪽 두 번째),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오른쪽)이 고개숙여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SNS 게시글의 삭제 지시 여부를 놓고 폭로 비방전을 거듭해온 경찰 수뇌부가 13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90도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극도의 반목과 갈등 양상을 빚었던 두 사람의 반성과 사과는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의 김부겸 장관이 직접 나선 때문이다.

    경찰 지휘권을 갖고 있는 김 장관은 "부끄럽고 죄송한 일로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또 당사자들에게는 상호비방 중지를 명령하면서 불미스런 일이 거듭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폭로전의 원인이 된 SNS 게시글 삭제 지시 여부에 대한 진실은 아직까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해 SNS글 삭제 논란 사태에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광주경찰청은 촛불집회에 따른 교통통제 양해를 당부하는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광주시민의 안전,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또 해당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하룻만에 '민주화의 성지',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삭제됐고, 사진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강인철 치안감의 주장에 따르면 이철성 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고 질책하고 촛불집회도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강 치안감은 이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고 맞서왔다.

    지휘 명령체계로 움직이는 경찰 조직에서 치안총감과 치안감이 벌인 이전투구의 진실은 어설픈 사과로 그냥 덮어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12만 경찰의 수장인 이철성 경찰청장이 게시글의 삭제를 지시했는지,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과 촛불집회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가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이 늘 광주에만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택시운전사를 계기로) 이제는 국민 속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철성 청장은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인식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청장의 자질을 비판하는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이 청장 사건을 형사3부에 배당했다.

     

    물론 경찰청의 감찰 조사를 받은 강인철 치안감의 비위 혐의가 사실인지, 강 치안감의 게시글 삭제 주장이 자신의 비위 의혹을 덮기 위한 시도에서 나온 것인지도 밝혀내야 한다.

    이철성 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갈등이 봉합되길 희망한다"며 사태 일단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청장에게는 최순실의 추천으로 임명됐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게 사실이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 사람’인 경찰총수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따갑다.

    대국민 사과와는 별개로 이번 폭로전의 진실이 철저히 규명돼야 하고, 당사자들은 그에 따른 분명한 거취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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