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찾은 경기 광주 곤지암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민들이 계란을 운반하며 파리를 쫓고 있다. 이 농장에서 농약 성분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신병근 기자)
"(조사결과만)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사람 죽이는거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팔십 노인들한테 너무하는 거 같아 안타까워요. 닭들한테 약을 먹이거나 닭장에 친 것도 아닌데…파리 쫓으려고 한건데…"
16일 찾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의 한 산란계 농장. 농장주 A(85)씨와 그의 아내 B(82)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듯 울먹이며 파리채를 연신 휘둘렀다.
출입구를 막아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이 곳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산란계 농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잔류 농약 검사에서 '비펜트린' 농약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곳으로 발표된 곳이다.
'비펜트린'은 진드기 퇴치용 농약의 일종이다. 이 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된 '비펜트린' 양은 ㎏당 0.0157㎎으로 기준치(㎏당 0.01㎎)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농장은 출입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파리들이 꼬이더니 농장 내부에 들어서자 작업 중이던 달걀에는 물론, 각종 장치들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파리들이 달라 붙어 있었다.
16일 찾은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의 한 산란계 농장. 이 곳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농약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외부인을 통제하기 위해 농장 출입구가 막혀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농장주의 아내와 외국인 근로자 2명도 날아드는 파리를 쫓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지만 파리채로 쫓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농식품부의 농약 성분 검사로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조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B씨는 "40년간 농장을 했는데, 우리는 양계장에 약을 치거나 쓰지도 않는다"며 "보듯이 와글거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앞마당이나 난자(알을 놓는 판)에 좁쌀만한 약을 뿌린 것 뿐인데…만날 파리만 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그는 또 "조사를 한다고 하니 폐기처리를 하라 하든지, 검사해서 기준이 정상이라면 판매를 하라 하든지.. 이 이상 바라는 게 없다"며 "노인네들이 양계장해서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제발 빨리 좀 처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은 정부 조사 결과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중간 유통업자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곤지암의 산란계 농장 인근에서 만나 계란 도매상 C씨는 거래하는 계란을 모두 수거해가는 길이라며 분개했다.
C씨는 "정부에서 전량 반품하라고 하니…35년을 계란 도매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며 "파리약 안 치는 농장이 어디 있냐. 다같이 약 치고 하는데 거래처에서는 계속 전화가 오고…조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사 결과가 빠르면 이틀, 길게는 3~4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계농장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는 "보도에 나온 8시간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얘기다. 채취해서 운반하고, 열처리하고,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이틀은 걸린다"며 "더욱이 검사 장비가 고가라 지자체별로 1~2대 정도밖에 없어 전수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대한 빨리 하려고 밤샘 작업을 하고 있지만 길게는 사나흘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