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여름 이상기온으로 닭 진드기가 빠르게 번식하면서 국내 산란계 농장들이 맹독성 살충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뿐만 아니라 일반 계란의 품질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 닭들이 진드기와 살충제 등으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늙은 노계가 계속해 계란을 생산하면서 계란 품질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계란 품질 관리체계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4월 이후 계란 1⁺급↓, 1등급↑ ....전반적으로 품질 하락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AI가 전국으로 확산됐던 올해 1월의 계란 등급 출현율은 1⁺등급이 92.9%, 1등급 6.4%로 나타났다.
하지만, AI가 소강상태를 보이던 지난 4월에는 1⁺등급 출현율이 95%로 증가한 반면, 1등급은 4.7%까지 떨어지며 평소 출현율을 회복했다.
그런데, 기온이 오르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던 지난 7월의 계란 등급 출현율은 1⁺등급이 90%까지 떨어지고 1등급은 9.8%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통해 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은 국내 전체 유통물량의 단 8%에 불과하다.
통상 이들 계란은 백화점과 학교급식소 등에 납품하기 위해 등급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란계 농장들이 미리 선별해서 등급 판정을 받는다.
문제는 이처럼 선별된 계란마저 등급 출현율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등급 판정을 받지 않고 그대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나머지 92%의 계란 품질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보통 계란은 농장주인들이 창고에 쌓아 놓으면 중간 수집상들이 차에 싣게 되는데 현장에서는 계란의 품질을 확인할 수도 없고, 문제가 있다고 따질 수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계란을 가지고 와서 보면 깨지고 금간 계란이 많다”며 “특히 4월 이후 6월부터 상한 계란이 눈에 띠게 늘었다”고 말했다.
◇ 최악의 사육 환경....계란 품질 저하로 이어져
그렇다면, 계란 품질이 나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계란유통업계는 지난해 11월 AI 발생 이후 우리나라 산란계 사육환경과 계란 생산시스템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먼저, 부족한 계란을 채우기 위해 80주령이 지난 늙은 노계까지 산란에 동원한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계는 항문이 커지면서 왕란을 낳다보니 계란 껍데기가 얇아져 실온에서 쉽게 상하게 된다.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강종성(63세) 대표는 “AI 이전에는 70주령만 지나도 도축 처리했는데 계란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기 위해서 100주된 닭까지 이용하고 있다”며 “노계가 생산한 계란이 전에는 1~2% 밖에 안됐는데 지금은 3~4%가 넘는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지금 계란값이 좋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생산하면 돈이 되는데 병아리가 클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종계농장들이 늙은 닭에서 알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런 종계가 알을 낳아 부화되면 산란 닭이 되는데, 겨우 서 있을 정도로 병약한 닭이 많아 계란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또 다른 품질하락 원인은 이상 기온으로 닭 진드기가 늘어나 산란 닭이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농장 주인들이 수시로 살충제를 살포해 닭의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계란유통업계 관계자는 “보통 정상적인 상황에서 산란율을 60~65% 정도로 잡는데, 작년 여름에도 그랬고 올해도 6월 이후에 산란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한 농장은 50%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닭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이활동을 하지 않아 영양 상태도 나빠지기 때문에 계란의 (품)질이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며 “지금 살충제 계란으로 난리가 났지만 정말 걱정되는 것은 계란의 품질 자체가 나빠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가 AI 발생 이후에 계란값을 잡는데 만 신경을 썼지, 품질이고 살충제고 다른 것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계란 생산과 유통, 관리감독까지 모든 체계를 다시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