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살충제 계란’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유능·무능 여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규정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회의석상에서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40분간 송곳 질문을 하며 대책을 점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살충제 계란 문제만 갖고 40분간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 총리가 ‘국민과 언론의 입장’에서 농림장관과 식약처장이 살충제 사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향후 준비와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꼬리를 물면서 질문·점검·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가 ‘국민과 언론의 입장’에서 마치 기자처럼 류영진 식약처장과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에게 현안과 대책을 캐물었고, 날카로운 질문에 두 장관은 ‘진땀’을 뻘뻘 흘렸다고 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사건과 관련이 있는 두 장관이 총리의 계속되는 질문에 긴장하다 보니, 다른 장관들도 갑작스런 질문에 혹시 답변을 못하지는 않을까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특히 살충제 계란 안건 토의를 마무리하면서 “늙은 기자의 마음으로 질문했다”면서, “젊은 기자 시각에서 질문하는 것이 훨씬 예리할 텐데 이런 질문도 답변하지 못하면서 브리핑을 하루에 두 번 할 생각마라.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기자들을 응대하고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밝히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구체적으로 “확신을 갖고 진실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파악하고 연구할 것,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며, 그 뒤에 '지금부터는 괜찮다'는 믿음을 줄 것, 소비자가 부닥치는 모든 의문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등을 주문했다.
이 총리가 과거 기자 경험을 살려 날카로운 질문으로 회의석상의 장관들을 상대로 군기를 세게 잡은 셈이다.
이 총리가 주재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는 통상적으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날은 살충제 계란을 둘러싼 토론이 길어지면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책임총리의 개념과 관련해 "내각이 할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해가는 것을 책임총리라 본다"며 "그런 점에서는 결과가 나온 단계는 아니지만, 책임총리가 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국무위원들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각종 현안에 대해 "소관이 아니라고 해도 숙지할 것"을 직접 당부하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장관 인사와 총리실 자체 인사에 책임총리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정치권의 시각을 부인하면서, “이 총리가 이날 회의에서처럼 국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책임총리의 모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우 중요한 하나의 장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