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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소 표지판 방치…'수도권교통본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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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정류소 표지판 방치…'수도권교통본부' 나몰라라

    (사진=자료사진)

     

    정류소 표지판(노선도)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시외버스들이 서울시와 인천시 등을 버젓이 운행하고 있지만 수도권 교통본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KD운송그룹의 3000번과 5000번, 태화상운의 700번 등 수도권 시외버스들이 승강장에 정류소 표지판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운행하고 있는 주 요인 중 하나는 표지판 설치 주체를 둘러싼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시외버스업체들은 인·면허를 받은 시도뿐 아니라 인근 시도를 운행하는데 타 시도에서는 표지판 설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갈등의 이면에는 표지판 설치비를 누가 대야 하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는 부분이 자리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설치비용은 관할권을 가진 지자체와 업체간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지, 누가 부담하도록 나와 있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버스업체는 '지자체 승객들이 이용하는 만큼 지자체에서 설치비를 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업체들이 영업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만큼 업체가 설치비를 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기고속과 대원고속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KD운송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인천시민들을 위해서 운행하고 있는 만큼, 인천시 예산으로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시 최강환 교통국장은 "표지판 설치 장소에 대해서는 대중교통 활성화 차원에서 협조하겠지만, 표지판은 운송사업자가 요금을 받아서 영업을 하는 만큼 사업자가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수도권교통본부나 국토교통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수도권교통본부는 시외버스 정류소 표지판 미설치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팔짱만 끼고 있다.

    수도권교통본부 관계자는 "우리는 '무엇을 하라'라고 할 수 있는 조정권한이 없고 단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권고만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안하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한이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도 안을 만들어서 안대로 하라고 각 시도에 이야기할 텐데 그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이런 문제는) 지자체 담당자들끼리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05년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는 수도권 교통정책의 협의·조정과 수도권 지자체간 교통정책의 협의 지연에 따른 비효율 제거 등을 목적으로 상설기구로 수도권교통본부를 만들어 공무원들을 파견했다. 현재 이곳에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각각 18명씩, 인천시에서 12명의 공무원이 파견돼 총 48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필요할 경우 행정지도를 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문제는 지자체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푸는 게 맞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간에 조정이 안돼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면 국토부에 조정을 요청했을 텐데, 정식으로 요청이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승객들은 정류장 미설치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지자체와 버스사업자는 표지판 설치를 서로 미루고, 수도권교통본부는 물론 중앙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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