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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불신(不信)'만 가중시킨 살충제 계란 파동



칼럼

    [논평] '불신(不信)'만 가중시킨 살충제 계란 파동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산란계 농장 전수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18일 '살충제 계란'에 대한 최종적인 전수(全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전국 1천239개 농장 가운데 49곳의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정부는 이들 농장에서 나온 모든 계란을 회수해 폐기 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과학적으로 이뤄진 전수조사 결과는 신뢰할 만하며,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살충제 계란 농장에 대한 정부의 전수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계란의 시중 유통도 전면 재개됐다.

    그러나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계란의 유통 재개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외에도 맹독성 살충제인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등이 새롭게 검출됐다.

    사실 당초 두 달로 예정됐던 전수 조사가 사흘 만에 뚝딱 완료된 것부터 미덥지 못하다. '살충제 계란'이 '친환경 계란'으로 둔갑한 마당에 친환경 인증 마크를 믿을 수도 없다.

    생산지와 생산자 정보가 담긴 난각(계란 껍데기) 코드도 손쉽게 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연 내용이 진짜인지도 의심스럽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알을 낳는 닭인 산란계가 '살충제 계란'을 낳았다면, 살충제 계란 파동은 우리 사회 전반에 '불신(不信)'을 낳은 것이다.

    불신은 불안으로 이어지고 공포로 확대된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문제점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소비자 불신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주먹구구 전수 조사로 농장 121곳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한 정부다. 검사요원이 계란 시료를 무작위로 추출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농장주인이 준비해 놓은 계란을 수거해 날림 검사를 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늑장 대처도 모자라 잘못된 통계 수치를 발표하고 또 엉뚱한 농장을 부적합 명단에 포함시켜 애꿎은 피해를 입힌 농림축산식품부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친환경 농장들의 도덕적 해이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정부 기관마다 친환경 인증기준이 제각각인데다가 민간업체에 인증작업을 맡기면서 결과적으로 엉터리 인증서가 남발된 것이다.

    친환경 농장들은 살충제나 방부제 등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직불금을 받아왔고, 일반 계란보다 비싸게 친환경 계란을 팔아왔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농축산물 관리체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계란 생산 단계는 농림축산식품부, 유통과 소비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원화된 현행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최근에 불거진 '햄버거병'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발생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푸드 포비아(food phobia·음식 공포증)'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식품안전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작은 계란 하나가 온 사회를 들썩거리게 만든 이번 파동 과정을 꼼꼼히 되짚어봐야 한다. '빨리' 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된 문제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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