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정부가 이동통신사의 반발에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 올리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기존 요금할인 가입자들도, 개별적으로 신청할 경우, 25%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내달 1일부터 시행을 목표로 했던 것을, 내달 중순으로 늦추기로 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일방적인 요금할인 정책에 반발해온 이통 3사는 정부의 이번 공식 통보에 따라 법적 대응을 위한 최종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3사에 25% 요금할인 행정처분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시행 시기, 적용 대상, 기존 가입자 적용 방법 등이 담겼다.
정부는 애초 내달 1일부터 시행하려 했지만 15일로 늦췄다. 통신사들이 관련 시스템을 준비하고 기존 약정자 계약 변경 등을 고려해 당장 보름도 남지 않은, 내달 1일부터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시행 시기를 늦춰서라도 신규 및 기존 약정자 모두에게 25% 요금할인을 적용하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약정자에게만 적용하면 '공약 후퇴' 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가입자들이 25% 요금할인을 받으려면 개별적으로 통신사에 신청해 재약정을 해야한다. 기존 약정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잘 알아봐야 한다.
이에 정부는 요금할인율 상향이 시행되는 내달 15일까지 통신사들과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기존 가입자들의 위약금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에 반발해온 통신사들은 25% 요금할인율 인상안이 공식 통보됨에 따라 이통사들의 효력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여부 결정만 남게 됐다.
이통3사는 대형 로펌에 자문한 결과 법적으로 다퉈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또 회사의 손해를 방관했다는 국내외 주주들의 배임 소송을 피하려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행정처분 공문을 받은 뒤 60일 이내에 가처분을 내고 본안 소송에 들어가지 않으면 법적 근거가 미약한 정부의 재량권 남용을 경영자가 수용해 주주권리가 훼손됐다는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주주들의 신뢰 하락으로 통신사 주가가 하락할 우려 또한 크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통신규제가 강한 편인 만큼 "앞으로도 정부나 정치권 발 요금인하가 계속돼 주주 입장에선 정책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 타격 역시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이유다. 2015년에는 기존 가입자가 17만명에 불과해 부담이 적었지만, 지금은 1500만명에 달해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존 가입자 1500만명에게 25% 요금할인을 적용할 경우 이통 3사의 매출 감소분은 3000억원 이상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 초기부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것에 대한 부담과 대중의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정부가 공정위와 함께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도 부담이다. 과기정통부가 요금할인율 25% 인상안에 대한 이통사 의견서 마감 시한이던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 3사의 요금할인 고지 실태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도 통신3사의 요금제 담합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율 상향에 따른 재무적 손실 및 향후 투자 여력 훼손이 불가피해 매우 고민스러운 상황이며, 충분한 검토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