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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건가

법조

    살충제 계란 파동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건가

    농식품부가 적합판정을 받은 241개 농가 계란을 정상유통 한다고 밝힌 16일 오후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살충제 계란 사건을 보면 밥상의 먹거리 안전이 얼마나 허술한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진드기를 잡기위해 닭에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돼있는 '피프로닐 살충제'를 무턱대고 사용하는 농부, 중국제 피프로닐 분말을 원료로 가져와 불법 제조하고 농가에 파는 무허가 농약 판매업자. 농가에 친환경 인증 '특혜'를 주고 '관리'는 내팽개친 당국.

    이렇게 3자가 합세한 식품 안전의 후폭풍은 엄청나다. 학생부터 군인까지. 가정에서 음식점은 물론 빵가게까지 계란 파동이 던지는 충격은 전방위적이지만 그 파장의 책임을 묻는 건 쉽지 않다.

    먹거리 안전 문제가 터지면 사태의 종국에는 대책과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이 중요하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피프로닐 살충제 계란 파동이 휩쓸고 지나간 벨기에 정부는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벨기에 농업장관은 "이번 사태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과 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사소송 대상은 인체에 치명적인 피프로닐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로 농장 방역 서비스 작업을 수행한 업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칙 프렌드'라는 방역서비스 업체인데, 이 업체는 "특별 제조 비법으로 만든 살충제를 이용하면 암탉 진드기를 신속하게 없앨 수 있다"고 홍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그런데 우리는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식품위생을 담당하는 경찰과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은 닭에 사용 금지된 살충제 뿌려 살충제 계란을 생산케 한 경기도 남양주의 농민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축산물이 '위해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회수를 하지 않았을 경우와 위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용하거나 판매했을때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양주 농민은 "진드기에 잘 듣는 약을 주문했는데 빈 통에 상표나 사용설명서도 없이 해당 약품을 배송해 왔다. 평소 거래하던 업체라 아무런 의심없이 계사 구석구석에 뿌렸다"고 밝혔다. 이 농민은 정식 성분의 피프로닐 농약을 구입하지 않고 제품성분이나 사용설명도 없는 불량 살충제를 구입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피프로닐 성분이 들어 있는 농약은 개.돼지를 제외하고 닭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때문에 약품 설명서에 그런 사실이 있는데도 이 농부가 사용했다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불량 제조한 불법 제조농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약품설명서는 고사하고 몰랐다고 하면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경기도 양주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직원들이 계란 출하 전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그러나 한 농삿꾼을 처벌한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진정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건 '신뢰의 상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친환경 인증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만큼 더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살충제를 뿌린 농산물이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돼 버젓이 유통되도록 관리를 방치했다.

    행정당국은 보조금을 주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친환경 인증제품이라는'특혜'를 농부에게 제공했다. 그렇다면 그 제품의 안전과 신뢰를 더 무겁게 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관리를 포기한 대가로 해당 농가엔 전수조사 제외라는 또 하나의 특혜까지 부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큰 문제가 행정관서의 관리문제이다. 자기네가 지정했으면 책임져야 하고 신뢰를 가지려면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데 거꾸로 신경을 덜 쓰고 있다. '그냥 널(농부) 믿을게' 하는 자세다. 인증관리의 민낯인데 이걸 사법적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방역서비스 업체에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우리는 형사적 책임을 물을 집단이 없다. 그래서 제 2, 제 3의 먹거리 파동이 염려된다.

    식품 안전담당 사법관계자들은 "행정당국의 관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면 소비자는 후진적 농업 생산과 유통구조의 '봉'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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