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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옥상에 쌓인 '검은가루'…코앞 발전소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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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날씨/환경

    [단독] 옥상에 쌓인 '검은가루'…코앞 발전소와 무관?

    [석탄화력의 역습 ②] 분석의뢰 결과 '검은 가루'서 석탄재 표지성분 검출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역량을 '탈원전'에 집중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함께 꼽혔던 '탈석탄' 논의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현재도 곳곳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새로 들어서고 있고 추가로 9기가 더 건립될 예정이다. 값싼 석탄화력에 더욱 중독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석탄화력은 대기와 토양 등에 오염을 일으켜 인류과 지구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중금속 미세먼지, 비산 석탄재, 야간 소음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경우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CBS노컷뉴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경남 하동 화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문제의 발단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 주민 5%가 암환자…중금속 날리는 '발전소 마을'
    ② 옥상에 쌓인 '검은가루'…코앞 발전소와 무관?
    (계속)


    경남 하동군 금성면 명덕마을 김성세(85) 씨 집 옥상에 쌓인 석탄재 추정 물질과 뒤편에 보이는 석탄화력발전소 1~8호기. (사진=김광일 기자)
    경남 하동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매일 같이 마을에 날리는 '검은 가루'로 인해 30년 가까이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 측은 "먼지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분석 결과 해당 물질에는 석탄재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 "빨랫감에서도 시커먼 재가 묻어나와"

    옥상 곳곳에 정체불명의 시커먼 가루가 널려 있었다. 입자는 최대 1㎝ 이상으로 일반 먼지보다 크고 거칠었다. 손으로 만지면 쉽게 닦이지도 않았다.

    한바탕 내린 소나기에도 가루는 물에 녹지 않았다. 젖은 가루를 손가락으로 비볐더니 찐득찐득한 기름이 묻어 나올 뿐이었다. 발전소와 가깝게는 200m가량 떨어진 명덕마을 가옥 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명덕마을 주민들이 사는 가옥 옥상에 쌓인 검은 가루. 한바탕 내린 소나기에도 물에 녹지 않고 가라앉아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언덕 위에 지어져 발전소가 고스란히 보이는 김성세(85) 씨 집 옥상은 특히 심했다. 옥상 표면 대부분을 아예 검은 가루가 채우고 있었고, 창틀이나 서랍도 마찬가지였다.

    주민 도경숙(54) 씨는 "옥상이나 바닥에 쌓인 가루를 쓸어서 버리는 게 우리 일상"이라며 "심지어 널어놓은 빨랫감에서도 자꾸 시커먼 게 묻어나와 밖에 널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 '석탄' 식별성분…가까울수록 높아

    옥상에 쌓인 '검은 가루'의 발원지로 주변 석탄야적장을 가리키는 명덕마을 피해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은 마을 주민 전미경(52) 씨. (사진=김광일 기자)
    주민들은 27년간 옥상에 쌓여온 '검은 가루'의 발원지로 주변에 들어선 화력발전소와 3곳의 석탄야적장을 지목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명덕마을 가옥 3곳의 옥상에서 확보한 '검은 가루'를 민간 오염측정 전문업체 '원일화학&환경'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3개 시료에 모두 비소와 셀레늄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소와 셀레늄은 석탄 성분을 식별하기 위해 '표지'로 사용되는 중금속이다.

    해당 성분은 특히 3곳의 측정장소 가운데 발전소와 가까울수록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발전소와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채취한 A 시료에서는 비소가 0.446㎎/㎏, 셀레늄이 7.644㎎/㎏ 검출됐다. 반면 300m, 4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확보된 B 시료와 C 시료에서는 비소가 각각 0.352㎎/㎏, 0.173㎎/㎏ 나왔고 셀레늄이 4.005㎎/㎏, 1.665㎎/㎏ 검출됐다.

    CBS노컷뉴스가 명덕마을 가옥 3곳의 옥상에서 확보한 '검은 가루'를 오염측정업체 '원일화학엔환경'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가 담긴 의뢰시험성적서 (사진=의뢰시험성적서 캡처)
    이에 대해 대기오염 전문가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승묵 교수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재가 날아온다고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발전소가 주는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풍속이나 기상 등을 고려해 1년 정도는 측정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발전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A 시료에는 칼륨 성분도 764.210㎎/㎏ 검출됐다. 칼륨은 생물성 물질의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며 석탄 대용으로 일부 쓰이는 우드펠릿 연소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하동발전소에서 석탄재와 더불어 우드펠릿을 뗄 때 생성된 물질도 함께 마을 쪽으로 날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 발전소 측 "관련 없다…황사일 뿐"

    명덕마을 주민 가옥 옥상에 쌓인 검은 가루. (사진=김광일 기자)
    발전소 측은 전력생산 과정에서 매년 130만 톤의 석탄재가 발생하고 있으나 마을에 떨어진 검은 가루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관계자는 "(가루는) 차량으로 발생하는 먼지라고 보면 된다"며 "인근 산단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꼭 발전소에서 나온 물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태풍이 분다거나 하면 완벽하게 100% 차단이 되지는 않아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함초와 갈대숲까지 조성한 상태"라며 "주민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 정도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발전소 측은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주민들이 제시한 '검은 가루'를 분석했으나 '황사에 의한 먼지'라고 판단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야적장이나 회처리장 연소재 날림으로 인한 마을의 생활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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