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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덕종어보' 특별전 강행…시민들 "일제가 만든걸 왜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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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재/정책

    '짝퉁 덕종어보' 특별전 강행…시민들 "일제가 만든걸 왜 봐야하나"

    문재인 대통령과 귀국한 어보와 동급으로 전시된 일제강점기 모조품 어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가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환수받았다고 대서특필한 ‘덕종어보’ 는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1924년 일제강점기 재제작된 모조품임으로 확인됐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제강점기에 재제작된 덕종어보의 특별전시가 강행되면서, 관람객들은 짝퉁 문화재가 우리 고유 문화재와 동급으로 전시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목격해야 했다.

    19일부터 개최된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지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혼란을 겪어야했다.

    덕종어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귀국길에 가져온 문정왕후어보, 현종어보와 함께 한 전시관에 전시됐다. '짝퉁 어보'가 의미 깊은 문화재와 같은 한 자리에 전시된 셈이다.

    전시관에 덕종어보에 대한 설명에도 덕종어보가 재제작된 사실만 설명돼 있을 뿐, 일제가 만든 사실은 적혀있지 않았다. 가장 큰 글씨로 '덕종어보의 우호적 반환' 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 어보 특별전시 찾은 관람객들 "왜 전시하는지 모르겠다"

    부인과 함께 덕종어보를 유심히 살피던 심모(52) 씨는 "기사를 보고, 오늘 전시를 해 의아했다"며 "모조품, 더더군다나 그것을 의뢰한 사람이 이완용의 가족이라고 해서 역사적 가치가 있을까 생각했다"고 문화재청의 전시강행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속칭 이게 짝퉁이라는 의미"라며 "문화재는 진품이이어야 하고, 의미도 중요한데 모두 훼손돼 있어 문제가 상당히 크다"라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어보를 관람하러 온 김현익(22)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박물관에서도 진짜가 아닌 걸 시인했는데, 가짜를 바로 그대로 전시를 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어보와 함께 전시를 해버리면 진짜와 가짜를 혼동하고 국민들이 불신감이 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심모(55) 씨는 덕종어보에 대해 "어보의 모습을 띤 장식품으로 해석을 해야한다"라며 "덕종어보와 다른 어보들을 같은 레벨로 전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19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전에서 시민들이 덕종어보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김동빈 기자)
    ◇ "차라리 독립기념관에 보내 아픈 역사 기억하게 해야"

    모조품 덕종어보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과 친일파 주도도 만들어진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어보 전시에 맞춰 천안에서 올라왔다나는 이모(38) 씨는 "보일려고 만든 전시용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손으로 만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 할 바에는 차라리 독립기념관에 전시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데 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현익(22) 씨도 "일제가 우리 문화를 왜곡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업적으로 이용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구에서 딸아이와 함께 관람을 온 박미경(38) 씨는 "일본이 만든 것을 우리나라 조선시대 문화재와 같이 전시하는 거 자체가 좋지 않아 보인다"며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땐 착각할 수도 있는데 굳이 보여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시민들은 문화재청이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일제 때 만들어진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9살 딸과 함께 관람을 온 김수량(37) 씨는 "일제 때 만들어진 덕종어보에 대해서는 몰랐다. 보도를 보고 문화재청이 왜 이를 숨겼지 의문이 들었다"며 "문화재청이 공을 홍보하기 위해 숨긴 것은 아닌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전에서 시민들이 덕종어보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김동빈 기자)
    ◇"역사적 순간을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다"…"덕종어보 전시 철회해야"

    시민단체들는 문화재청이 덕종어보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특별전시를 강행한 것에 대해 '코미디'라고 평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는 반환운동의 승리로 돌아온 것"이라며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온 역사적인 물건인데 (덕종어보와) 격이 맞지 않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시회 의미가 퇴색돼 가슴아프다"며 "역사적 순간을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다"고 토로했다.

    해당 단체는 다음주 중으로 덕종어보의 전시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 미국 시애틀미술관과 협의 끝에 덕종어보 반환을 성사시켰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CBS노컷뉴스의 취재 결과 덕종어보는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분실 됐고, 미 박물관 측으로부터 돌려받은 덕종어보는 재제작품, 즉 모조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모조품은 일본인이 운영하고 김갑순 등 친일파가 지분을 보유한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제작됐다. (관련기사 : 짝퉁 덕종어보, 일본인 운영 '조선미술품제작소' 제품)

    문화재청 측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1924년 왕실 업무를 관장한 '이왕직'이 조선미술품제작소에 모조품 제작을 맡겼다고 밝혔다. 당시 이왕직 예식과장은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였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환수한 덕종어보가 재 제작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리려 했다는 다소 황당한 입장을 내놓으며 전시를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마음이 아프지만 이 것(덕종어보)도 환수 받아온 우리 유물"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문화재청과 고국박물관 측은 오는 10월 29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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