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가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환수받았다고 대서특필한 ‘덕종어보’ 는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1924년 일제강점기 재제작된 모조품임으로 확인됐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이 덕종어보 '모조품'의 특별전시를 강행하는 데 대해 시민단체가 다른 유물의 가치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성과까지 훼손한다며 전시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1일 국립고궁박물관을 상대로 '조선총독부 덕종어보 전시철거' 진정서를 제출하며 "덕종어보 모조품을 즉각 전시장에서 철거해달라"고 밝혔다. 1924년 조선총독부 산하의 친일 민간기업인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만들어진 덕종어보를 진품어보들과 함께 전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재청이 지난 2015년 미국으로부터 조선왕실어보 '진품'을 돌려받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덕종어보가 일제가 만든 모조품이라는 최근 보도 이후에도 전시를 강행한 데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18 [단독] 덕종어보, 알고보니 친일파가 제작한 짝퉁 등)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자체조사를 통해 덕종어보가 모조품이란 사실을 파악하고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관련 사실을 밝힌 CBS노컷뉴스의 단독보도 이후 관련 학계와 시민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덕종어보 전시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친일파가 만든 짝퉁어보가 특별전을 통해 조선시대 다른 유물들과 어깨를 겨루는 상황이 됐다. 특별전에는 시민단체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반환받은 문정왕후어보가 전시돼 있다.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모조품이 나란히 전시되면서, 의미 있는 다른 유물의 가치조차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문정왕후어보는 시민운동의 성과이자 문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담을 통해 반환받은 한미외교의 성과"라며 "하지만 가짜 덕종어보와 함께 전시되면서 반환성과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지난 18일 덕종어보의 모조품 논란에 대해 "1924년 제작돼 안타깝지만 종묘에 봉안되는 등 덕종어보도 우리의 환수유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유물은 지정문화재로 등록되지 않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화재청과 박물관 측은 면피용 해명에 이어 전시를 강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