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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박근혜 출당' 앞세운 홍준표의 도전

    친박 일단 관망 기류…바른정당도 시큰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 문제를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연일 띄우고 있다. 홍 대표로선 박 전 대통령 출당을 통해 ‘적폐’ 이미지를 벗고, 자기 주도의 당 운영에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친박계는 일부의 강한 반발을 제외하고, 특히 핵심으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들 사이선 일단 관망하는 기류가 흐른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등 아직 변수가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반발해봐야 홍 대표의 명분만 강화해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친박 청산’이 합당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 바른정당도 아직까지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은 당연하고 그 이상 핵심 의원들의 출당이 충분조건인데 실행 가능성이 불가능하다는 관측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당초 박 전 대통령 판결 이후가 출당 여부 판단 시점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측근들 입에선 “법원 판결 이후는 늦다”며 재촉하는 발언들이 흘러나온다.

    일단 출당론은 홍 대표와 당 혁신위원회 양측에서 동시 제기하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지난 16일 대구 방문 중 처음 친박 책임론을 거론한 뒤 연일 직접 발언과 SNS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핵심 친박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 차원에서도 국정운영 실패와 관련해 정치적인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혁신위 내부 기류는 출당에 대한 찬성 여론이 이미 과반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이른바 ‘친홍(친홍준표) 체제’ 구축이 친박 청산의 배경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는 그런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진정한 혁신 또는 인적 쇄신을 통해 한국당이 새롭게 태어나야 희망이 보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친박 의원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모양새다. 한 핵심 당직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박 청산 주장에 대해 “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고 하라”고 말한 데 이어 박 전 대통령 출당 가능성도 “턱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친박 의원들이 느긋한 배경엔 홍 대표가 의도대로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며, 충분히 반격의 계기가 찾아올 것이란 관측이 깔려 있다. 홍 대표가 설사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큰 국민적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할 것이고, 야권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6월 지방선거도 승리로 이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계산도 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친박의 생각은 이대로 숨을 죽이다 지방선거 뒤 홍 대표가 물러나면 다시 고개를 들면 된다는 것”이라며 “현역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 이유는 총선이 아직 멀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대표가 친박 청산을 추진하는 다른 배경으로 지적되는 보수통합의 경우 통합 대상인 바른정당이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어렵다”면서 “설사 출당이 된다고 해도 통합이나 연대 논의의 충분조건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거론하며 정치 공학적인 잔머리만 굴리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출당 제스처를 통해 보수 통합의 모멘텀을 만들려는 얄팍한 계산”이라고 꼬집었다.

    구(舊)여권 중 주류였던 친박계와 비주류였던 바른정당 양측 모두 홍 대표의 혁신 노력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한때 과거 새누리당에서 대표적인 강성 친박으로 분류됐던 조원진 의원만 거세게 항의했다.

    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를 ‘홍준표 씨’라고 부르며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행동을 하는 ○놈”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이른바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옛 새누리당을 다시 창당했으나, 대선 직후 이들과도 갈라져 현재 대한애국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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