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지카 감염환자 14명 유전자검사 결과"휴가철 지카 유행지 다녀온 남성은 9~10월 성관계 주의해야"
지카바이러스가 한국인 감염환자의 정액에서 발병 두 달이 지나서도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지카바이러스가 일부 국가에서 환자 발생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성관계로 인한 감염에 주의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김남중 교수팀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한국인 14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RT-PCR)를 한 결과, 이 중 1명의 정액에서 감염 진단을 받은 후 9주(63일)가 지나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2일 밝혔다.
지카바이러스가 정액에서 분리 검출된 것은 2013년 12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타히티 남성이 처음이었다. 국내에서도 감염 7일째에 정액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산 채로 배양된 사례가 지난해 6월 보고됐다.
스페인에서는 53세 남성이 발병 69일이 지난 후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가 정액에서 배출됐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랫동안 정액에 섞여 나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번 사례는 PCR 검사를 통해 정액 속에 지카바이러스의 흔적이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실제 이 바이러스를 배양해 살아있는지를 보는 검사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이 때문에 PCR 양성이라는 결과가 반드시 살아서 증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PCR 검사로는 발병 후 188일 이후에도 정액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가 해외에서 나온 적이 있다.
국내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들은 모두 감염 지역으로의 여행력이 있었다. 10명은 동남아시아, 4명은 남미에서 각각 지카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혈액, 소변, 타액, 정액 등에 대한 유전자검사에서 감염 첫 주에 바이러스 양성률이 가장 높았던 검체는 소변이었다. 반면 가장 오랫동안 바이러스가 확인된 검체는 정액이었다.
가장 흔한 증상은 가벼운 발진으로 14명 중 13명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임산부 감염이나 신경학적 이상 등의 중증 사례는 없었다.
오명돈 교수는 "정액으로 배출되는 지카바이러스의 양은 매우 많아서, 발병한 지 2주째에는 정액 내 바이러스 농도가 혈액이나 소변의 바이러스 농도보다 10만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병 후 41일째에 성관계를 했는데 지카바이러스가 파트너에게 전파됐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발생국가를 다녀온 후에는 6개월 동안 임신을 미루거나 성관계 때 반드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번 여름 휴가철에 유행지역을 다녀온 남편은 9∼10월에도 임신한 부인에게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만큼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지카바이러스는 대부분 환자에게 가벼운 증상만 나타나지만, 임신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성이 높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