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보유주식 11만주(0.33%)를 주당 74만 3990원에 시간외매매(블록딜)를 통해 처분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이로써 이 전 의장의 지분은 기존 4.64%에서 4.31%로 줄었다.
당초 이 전 의장은 21일 장 종류 직후, 종가(78만 1000원) 대비 2.3%의 할인율이 적용된 76만 3037원에 블록딜을 시도했다.
이번 블록딜 매각 주관사는 미래에셋 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네이버와 각각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 매입한 백기사다.
그러나 첫번째 블록딜 시도는 할인율 문제로 불발됐다. 할인율이 기관투자가들의 기대치보다 낮았고, 내달 네이버의 준대기업 지정 여부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여서 매각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22일 이 전 의장은 주당 74만 3990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거래는 성사됐다. 11만 주 물량은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측은 이번 지분매각 배경에 대해 "창업자 개인의 사생활이고 과거에도 주식을 몇 차례 판 적이 있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와 IT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의미있게 바라보고 있다. "지분 매각으로 기업 지배 의지가 없다는 점을 알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내달 1일 공시대상 기업 포함을 앞두고 있는 네이버는 최근 이 전 의장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시대상 기업에 포함되면 대규모 거래와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 시장 감시를 받게 된다. 또한 개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받을 경우 회사의 잘못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까지 받는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의 동일인 지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 전 의장 지분이 5% 미만(4.6%)이기 때문에 지배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는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특정 개인, 혹은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재벌그룹들과는 지배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 전 의장의 지분율은 주총에서 의미있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고 가족이나 친족들의 지분 참여도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이 전 의장이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후 라인 등 신사업에 매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전 의장은 올해 네이버는 프랑스의 음향기술 기업 드비알레 투자를 시작으로 스타트업 지원공간 '스페이스 그린' 구축, 인공지능(AI) 연구소 제로스리서치센터유럽 인수 등의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