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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어보' 전시강행 속내는 '기관장 치적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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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퉁어보' 전시강행 속내는 '기관장 치적 지키기'

    문화재서 탈락한 어보를 조선왕조 재제작품 취급…무능‧부도덕 드러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가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환수받았다고 대서특필한 ‘덕종어보’ 는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1924년 일제강점기 재제작된 모조품임으로 확인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립고궁박물관이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짝퉁 덕종어보' 전시를 강행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최근까지 덕종어보 모조품이 '1471년 제작된 조선왕실 어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고 올 초 모조품임을 파악하고도 8개월 넘게 쉬쉬했다.

    이후로도 모르쇠와 거짓해명으로 일관한 것을 두고 결국 '덕종어보 환수'를 지휘한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의 치적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제협력과장 시절 '짝퉁어보' 반환 주도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지난 18일 해명기자회견에서 "2014년 반환당시 덕종어보의 외형조사만 실시해 그때는 1471년 제작품으로 알았다"며 "굉장히 유감스럽고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18 [단독] 덕종어보, 알고보니 친일파가 제작한 짝퉁)

    실제 문화재청은 반환당시 덕종어보의 외형조사만 실시해놓고서 보도자료를 통해 "진품을 찾아왔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문화재청 수뇌부가 앞장섰다.

    '덕종어보' 진품이라며 수년간 홍보한 문화재청은 이번 특별전시회서는 재제작품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당시 나선화 전 문화재청장은 물론 당시 문화재청 차장이었던 김종진 현 청장은 기고문까지 써가며 모조품을 진품으로 홍보했다. 김 청장은 "문화재청이 외국 소장기관과 직접 협상을 통해 우호적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낯 뜨거운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심지어 김연수 관장은 올 1월 문화재청의 자체조사로 덕종어보가 모조품이란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지난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덕종어보 반환성과를 홍보했다.

    당시 인터뷰서 김 관장은 자신의 성과만 홍보했고 어보가 1924년 재제작된 모조품이란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은폐했다. 문화재청 역시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사실을 알고도 8개월 가까이 쉬쉬했고 CBS노컷뉴스의 보도 직후에야 해명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사실을 털어놓았다.

    ◇ 친일파가 제작‧봉안했지만 "왕실이 인정했다"며 거짓해명

    김 관장은 해명기자회견서 "순종이 지시해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다시 만들어졌다"며 "종묘 봉안도 이뤄져 왕실 인정을 받았다"고 당대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 기사를 거론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종묘의 하루를 기록한 '종묘일기'에는 문화재청의 해명과 달리 1924년 5월 2일에는 순종에 의해 제사나 봉안이 이뤄진 사실이 없었다. 봉안은 5월 6일에 이뤄졌고 봉안을 한 자는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였다. 기록에 순종은 언급조차 없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23 [단독] 이완용 차남이 '짝퉁 덕종어보' 봉안)

    종묘일기에는 '1924년 5월 6일 하오(오후) 2시, 이항구가 금보(덕종어보)를 봉안했다'고 기록돼있다. (출처=종묘일기)

     

    김 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종묘일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항구가 (봉안주체로) 올라간 것은 유감"이라며 해당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 관장이 덕종어보를 제작했다며 언급한 '조선미술품제작소' 역시 일본인이 소유하고 친일파 김갑순이 출자해 세워진 친일회사였다. 모조품 제작 역시 2주 만에 졸속으로 이뤄져 구리 함량이 70%가 넘는 등 조선왕실 재제작품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결국 덕종어보는 특별전시에 선보인 어보 중 유일하게 문화재로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 성과에 급급한 문화재청… 사과 없이 '기관장 치적 쌓기' 몰두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짝퉁어보 집착을 두고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결국 당시 국제협력과장으로 덕종어보 환수를 추진한 김 관장의 치적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관장의 치적쌓기와 함께 정부부처가 시민단체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실적 쌓기'에 열을 올린 나머지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조품 덕종어보 환수에 앞서 지난 2013년 12월,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9년 간의 노력 끝에 미국 LA카운티 박물관으로부터 '문정왕후어보 반환'을 이끌어냈다. 해당 어보는 문 대통령 취임직후 열린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성공적으로 반환됐다.

    문화재청은 이듬해 7월 시애틀미술관과 '덕종어보 반환 협상'을 진행하더니 돌연 2015년 12월, "반환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고 홍보했지만 찾아온 것은 '모조품'이었다.

    당시 민간전문가에 의해 모조품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러한 문제제기는 문화재청에 의해 깡그리 무시됐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19 [단독] '짝퉁 덕종어보' 이미 2년전 문제제기…문화재청 '쉬쉬')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재청엔 환수 관련 법적 전문가가 한두 명 정도뿐"이라며 "문화재 검증 등 적절한 절차가 지켜졌는지와 문제가 생겼을 때 쉬쉬하지 않도록 할 존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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