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2회까지 7-3, 4점차의 리드에도 여유를 잃고 4회만 5실점하며 승리 기회를 잃은 kt 우완 류희운.(자료사진=kt)
프로야구 kt는 젊은 팀이다. 아니 어린 팀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2015년 KBO 사상 첫 10구단으로 1군에 합류했다. 막내로 현격한 전력 차를 드러내며 올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할 여지도 많은 팀이 kt다. 가장 밑바닥에 있기 때문에 도약할 가능성도 크다. 창단 사령탑인 조범현 전 감독이 닦아놓은 기틀에 조금만 전력 보강이 이뤄지면 바로 위의 형님인 NC 못지 않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다만 kt는 공기업 성격이 강한 탓에 NC처럼 대대적인 선수 영입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kt는 좋은 자원들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투수놀음이라는 야구에서 영건들이 많아 장래가 어둡지 않다는 의견이 적잖다. kt는 2014년 1차 지명 선수였던 박세웅(현 롯데)을 트레이드할 만큼 젊은 투수들이 많은 팀이었다.
다만 이들의 성장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박세웅은 롯데 이적 뒤 지난해 7승(12패)에 이어 올해 10승(4패) 고지를 밟으며 완전히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러나 kt는 올해 히트상품인 고영표(7승11패 1홀드)를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수확은 없다.
꾸준히 선발 기회를 잡고 있는 정성곤, 류희운을 비롯해 주권, 심재민, 엄상백 등 젊은 투수들이 생각만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값진 성장통을 겪는다고는 하나 성적을 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캐치볼부터 적극적으로 새 시도해야"김진욱 kt 감독은 23일 한화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라이언 피어밴드의 비기인 너클볼을 따라서 시도하는 젊은 투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피어밴드는 비록 승운이 따르지 않아 7승(9패)에 머물러 있으나 올해 공포의 너클볼로 평균자책점(ERA) 전체 1위(2.94)를 달리고 있다.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피어밴드의 너클볼을 배우고 익히려는 선수들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의 질문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 그런 선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의 희망' 프로야구 막내 kt는 올해 최대 히트상품 고영표(사진) 외에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더딘 편이다.(자료사진=kt)
그러면서 아쉬움도 함께 드러냈다. 김 감독은 "캐치볼 등 훈련 때는 전혀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면서 "그럴 때 장난으로라도 새 구종을 던져보고 손에 익히고 해야 새 무기가 생기는데 투수들이 그러지 않더라"고 입맛을 다셨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너무 틀에 박혀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정말 착하고 최선을 다해 훈련한다"면서 "그러나 훈련 때는 나름 자유롭게 하다가도 투구판만 밟으면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고, (맞지 않으려면) 제구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니 공이 몰리고 맞아 나간다는 것이다.
감 감독의 바람은 젊은 투수들답게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덤벼야 한다는 것이다. 여유를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깨지면서 배우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kt의 영건들은 이런 자세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기회 줄 때 잡아야 산다
이날 경기 선발로 나선 류희운도 그랬다. 이날 류희운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부터 볼넷 2개와 2루타로 2점을 내줬다. kt 타선도 모처럼 1회말 곧바로 4점을 내며 역전을 했고, 2회 1실점해 3-4로 쫓긴 2회도 3점을 뽑아내며 7-3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류희운은 4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4회만 홈런 2방 등 5실점, 7-8 역전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시즌 4승째를 따낼 기회였지만 오히려 패전 위기에 몰렸다. 이후 승부가 접전으로 흘러 패전은 면했지만 선발 투수로 초반 4점의 리드에도 흔들린 점이 아쉬웠다. 2루 견제를 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등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결국 kt는 연장 11회 끝에 9-10 패배를 안았다. 2점 차로 뒤진 8회말 극적인 동점을 이루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지만 승리를 거두진 못했다.
kt는 김 감독의 적극적인 기용 정책 속에 영건들이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나 ERA에서 정성곤(1승11패) 9.28, 류희운(3승3패)이 7.32, 주권(2승5패)이 8.02 등으로 좋지 않다. 그나마 불펜의 심재민(1승5패 10홀드)이 4.63, 엄상백(2패 5홀드)이 4.21 등을 기록 중이다.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그래도 김 감독은 이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정성곤과 주권, 류희운 등은 돌아가며 선발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아니면 1+1 방식으로 대기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선발 같은 롱릴리프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kt의 영건들이 김 감독의 기대대로 성장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