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박종민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이른바 '민간인 댓글 부대' 사건 수사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변론재개를 24일 신청했다.
파기환송심까지 5년째 이어진 원 전 원장 사건의 재판은 오는 30일 선고만 앞두고 있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면 파기환송심 선고는 연기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존에는 극히 일부만 파악됐던 민간인 외곽팀의 규모와 실상이 확인돼 공판에 반영할 필요가 있게 됐다"며 "검찰은 추가 확보된 중요 증거들의 제출과 공소장 변경, 양형 자료 반영 등을 위해 부득이 변론재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의 변론이 종결된 뒤 국정원에서 사이버 외곽팀 등에 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검찰은 전날 압수수색과 이날까지 소환조사를 일부 실시하는 등 추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변론재개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더라도 원 전 원장 측이 방어권 보장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내세워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재판이 마냥 지연되기도 어려워 '국정원 댓글 수사 2막'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밝힌 공소장 변경에 대해 재판부가 수용할지 여부도 원 전 원장 파기환송심의 결론을 가를 관건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앞서 "파기환송심도 원칙적으로는 항소심이니 공소장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선고만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론재개는 재판부의 재량사항이지만, 판결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주요 증거가 확보됐다는 사정변경을 검찰이 주장할 경우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는 증거수집이 불가능했고, 정권이 바뀌어 국정원 스스로가 이명박 정권 시절 사이버 여론조작 등을 자체적으로 시인한 마당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사진=자료사진)
다만, 공소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국정원법 위반과 혐의 등 현재 기소된 것과 같은 죄명이더라도 기초 사실이 추가될 부분이 있다면 재판부가 현재 재판중인 사건과 같다고 볼지에 변경 여부가 달렸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지시 아래 이뤄진 일련의 국정원 불법적인 정치개입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발표를 보면, 사이버 외곽팀은 원 전 원장 시절 심리전단에서 2009년 5월부터 18대 대선이 있던 2012년 12월까지 30개까지 운영됐다.
원 전 원장의 기존 범죄사실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민간인 동원이라는 ‘빙산’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인데, 이 역시 원 전 원장 시절 심리전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동일한 피고인의 연속적인 범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수사의뢰 이틀 만인 전날 외곽팀장으로 활동한 민간인들의 자택과 이들이 소속된 보수 성향 단체 등 3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압수수색 당일부터 이튿날인 이날까지 관련자 소환조사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